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 당시 전담병원 역할을 했던 전국의 지방의료원이 위기단계를 벗어나면서 일반 환자의 급감과 민간업체 위탁 포기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최소한의 의료진까지 구하지 못하면서 공공의료 서비스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례로 부산의료원은 지난 3월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후 일반 환자의 입원비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20일 부산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해제될 당시 부산의료원의 병상가동률은 30%대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입원환자는 40%수준이다. 부산의료원은 결국 경영난 극복을 위해 지난 5일부터 전체 병상 543개 중 431개만 가동하고 112개를 줄였다.
부산의료원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손실보상금과 부산시 출연금으로 병원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 수익이 급감하는 바람에 의료수익은 2019년 대비 65~70% 수준이다. 의료진 공백까지 겹치면서 병원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로 병원을 떠난 의료진을 대체할 의사와 간호사들의 채용이 더디기만 하다. 부산의료원 전체 의사 정원 61명 가운데 5명은 공석이다. 공석이 발생한 진료과는 외과·감염내과·재활의학과·소화기내과·신경외과 등이다. 응급의학과의 경우 의사 5명 가운데 3명이 빠져나가면서 비상이 걸렸다. 응급의학과는 의사들의 임금을 인상한 뒤 지난달 의사 3명을 채용하면서 정원 5인명을 모두 채웠다.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정형외과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대신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를 채용했다. 정형외과 의사 1명이 수술을 맡고 있다. 수술이 급한 환자들을 받지 못한 데다 대기 환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경남 마산의료원은 코로나19 당시 병상 대부분을 코로나19 환자에 내주는 전담병원 역할을 했지만 엔데믹 이후 입원환자가 절반가량 줄면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기관들이 파업과 민간업체의 위탁 포기로 공공의료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광주시립 제1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노동조합은 지난 15일 해고자 복직과 호봉제 유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병원 위·수탁 운영자인 의료재단이 노조원 임금을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변경하면서 노사 갈등이 불거졌다. 재단 측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단체협약 변경을 추진했지만 노조가 기존 임금 체결 내용을 고수하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파업에는 전체 종사자 187명 중 필수인원과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을 제외한 노조원 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고 호봉제계를 유지를 촉구했다. 팻말 시위를 벌였다고 해고된 조합원 6명에 대한 복직도 요구했다. 파업이 시작되자 재단 측은 요양병원 입원환자 30명을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재단 측은 직장폐쇄로 맞불을 놓으면서 노사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광주시립 제2요양병원은 위탁업체의 계약 포기로 어수선한 상태다. 지난 10년 동안 위탁운영을 맡아 왔던 전남대병원이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계약 만료일인 7월 31일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시는 지난 5월부터 향후 5년간 위탁운영을 맡을 민간업체를 모집했으나 1곳만 신청했다. 이달 말쯤 적격자 심사를 연다.
시립요양병원이 파행을 겪고 있는 데는 고질적인 적자 운영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1요양병원은 2018~2022년 5년 동안 28억여원의 적자를, 제2요양병원도 같은 기간 동안 29억여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이 같은 적자 운영에 대해 광주시는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위탁 운영 제도는 위탁업체가 독립적으로 운영을 맡고 수익도 낼 수 있도록 돼 있으므로 인건비나 운영비를 따로 지원해 줄 이유가 없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의사회 관계자는 “공공의료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국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광주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닌 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충주의료원과 함께 다음달부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지역을 순회 진료하는 방법으로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기로 했다. 충주의료원은 단양군 보건소에 의료기기를 설치하고 내부 시뮬레이션 등을 거쳐 다음달 6일 주 1회 순회진료에 들어간다. 소아청소년과가 없는 괴산군은 청주의료원이 순회진료를 맡는다. 전담인력 채용과 장비 구매 등 예산반영 시간 등을 고려해 10월쯤 진료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