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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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1·2호’ 검찰의 엇갈린 항소 판단 논란

‘실체적 경합’ 인정시 통상 가중처벌
법원, 판결서 ‘상상적 경합’만 인정
檢, 1호 판결 항소 포기… 2호는 항소

“법원 입장 굳어지면 추가기소 난항
대법원 거쳐 판례 확립해야” 지적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1, 2호 판결에 대한 항소 여부를 두고 검찰이 각기 다른 결정을 내려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확정될 첫 판결이 이후 다른 사건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검찰이 항소를 통해 대법원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2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검찰이 관련 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총 20건이다. 법원은 최근 이 중 두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놨다. 고양지청이 기소한 ‘온유 파트너스 사건’과 마산지청이 기소한 ‘한국제강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지난 4월6일과 26일 각각 선고됐다. 

지난 4월 6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회사 대표가 선고를 받은 뒤 법정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유파트너스는 지난해 5월 경기도 고양시 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법·산업안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산업안전법을, 대표인 정모씨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혐의에는 중대재해법을 각각 적용했다.

 

재판에서는 이 사건을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2개 이상의 죄에 해당)과 ‘실체적 경합’(한 사람이 다수의 죄를 저지른 경우) 중 무엇으로 봐야 할지를 두고 법원과 검찰의 시각이 엇갈렸다. 상상적 경합은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으로 처벌하는 반면 실체적 경합은 가장 무거운 죄 형량의 2분의 1을 가중해 처벌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실체적 경합을 적용하면 통상 형량이 더 무거워진다. 

 

검찰은 “중대재해법상 주의의무와 산업안전법상 주의의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제강 사건에서도 동일한 판단이 내려졌다. 

 

고양지청은 이후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반면 마산지청은 항소 결정을 내렸다. 마산지청 관계자는 “(피고인이) 동종 유사 전력이 있고, 죄수 판단에 있어 법원과 (시각이) 다른 부분이 있어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검찰청 고양지청(오른쪽)과 서울지방법원 고양지원(왼쪽). 연합뉴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사건에서는 (양형적) 실익이 없더라도 죄수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건의 양형이 달라질 수가 있다”며 “이 경우 법원과 입장을 달리볼 여지가 있다면 대법원까지 가서 확립된 판례를 만드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원이 두 죄의 관계를 상상적 경합 관계로 보면, 피고인이 산업안전법 위반 혐의만으로 확정 판결을 받았을 경우 그 피고인이 중대재해법을 위반한 정황을 추후에 발견해도 추가로 기소할 수 없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검찰 출신인 김영규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도 “법원의 입장이 상상적 경합으로 굳어지면 산업안전법 위반으로 확정됐을 때 나중에 중대재해법 위반에 대한 증거가 나와도 추가 기소를 할 수 없다”며 “새로운 법인 만큼 최소한 상급법원의 판례는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1호 판결인 온유 파트너스 사건의 경우 항소를 통한 실익이 없었고 원청의 대표이사가 하청 근로자 사망에 대해 책임지는 첫 사례인 만큼 빨리 확정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이후 일부 무죄가 나거나 양형에서 다툴만한 사건이 있으면 그때 대법원까지 가도 되겠다는 정책적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