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시작된 캐나다 산불이 계속되면서 대한민국 면적 절반 규모의 산림을 태우는 등 기록적인 피해를 남기고 있다. 늦봄과 초여름에 시작되는 캐나다 산불은 거의 매년 발생하는 주기적인 현상으로, 주요 발생 원인은 낙뢰로 인한 자연발화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 산불은 발생 시기가 평년에 비해 매우 빠르고 그 피해 면적도 역대급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올해 캐나다 산불은 지난해 가을 이후 지속된 캐나다 서부 지역의 건조한 날씨와 지난달 이상고온 현상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변화에 기인한 이상기상 발생과의 관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캐나다의 산불은 자국의 산림 피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수천㎞ 떨어진 미국 동부는 물론 중서부와 남부 지역의 대기질이 급격히 악화해 미국 국립기상청이 대서양 연안 일대에 대기오염 경보를 발령하였고 주민들에게 실외활동 자제와 학교에 휴교령까지 내렸다. 캐나다 산불로 인한 미국 대기질 상태는 매우 심각하여, 특히 워싱턴 주민 상당수가 인후염과 콧물 증상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산불의 연기는 현재 대서양을 건너 유럽까지 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주의 깊게 본 것은 미국의 반응이었다. 현재까지는 매우 인도주의적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캐나다 산불로 입게 된 자국의 피해에 대한 특별한 언급 없이 산불 진압을 위한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상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나아가 더 큰 피해가 발생하면 과연 미국이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진다.
산불은 물론 홍수, 폭염, 가뭄과 같은 기후위기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기후 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해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약속하였다. 기후위기 관리에 경제 문제가 직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약속은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다량 배출한 온실가스가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과 기후 변화로 인해 홍수, 사막화, 그리고 해수면 상승과 같은 기상재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과학적 진단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향후 기후위기 관리가 국가 간 중요한 경제 및 나아가 외교 문제로 부각될 것은 자명하다. ‘기후위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는 ‘기후위기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과학적인 진단으로 기후위기 평가방법을 고안하고 이 방법을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의하면 ‘위기(risk)’란 ‘어떤 사례에 대한 불확실성의 효과 또는 영향’으로 정의되며 기후위기는 생명, 보건, 생태계, 공공 기반시설 및 환경 영역의 손실이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이상기상·기후의 잠재적 발생 가능성, 취약성, 그리고 노출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기후과학계는 최근 들어 잦아진 산불, 홍수, 폭염, 가뭄, 이 네 가지 현상들이 복잡한 기후 물리과정들의 상호작용들과 더불어 광범위한 공간적, 시간적 규모에 걸쳐 발생하는 ‘복합 재난’의 경우이며, 기존의 기후위기 평가방법에서 벗어난 새롭게 확장된 위기 평가방법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과학적 진단에 기초한 기후위기 평가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복합 재난의 예측을 위한 개선, 그리고 나아가 취약성과 노출에 대한 이해를 위해 기후과학자, 엔지니어, 사회과학자 및 의사결정자들의 상호 협력이 절대적이다.
과학적인 기후위기 평가방법의 개발은 기후위기 관리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기후위기 평가방법이 세계적인 공통 규약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어 버린 지금 정부의 선제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