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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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네” “다 나가”… 군포·오산시장 ‘막말’ 잔혹사

금정역 통합역사 개발 결의안 ‘갈등’
시의회에서 “지○하네” 막말 논란
이튿날 “속이 상해 거친 표현” 사과
지난 3월 오산시장도 ‘막말’ 퇴장
8일 만에 봉합…‘살얼음판’ 동거

하은호 경기 군포시장(국민의힘)이 시의회 정례회에서 “지○하네”라며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사과했다. 하 시장은 금정역 통합역사 개발과 관련, 최근 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과 갈등을 빚었는데 이 과정에서 거친 표현이 튀어나온 것으로 보인다.

 

21일 군포시의회에 따르면 하 시장은 전날 열린 제268회 정례회에서 시의회가 ‘금정역 통합역사 개발 촉구 결의안’에 대해 찬반 토론을 벌이려 하자 “할 말이 있다”며 발언 기회를 요구했다.

하은호 군포시장.

이길호 시의회 의장이 답변 기회를 줄지를 결정하기 위해 정회를 선포하자 하 시장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지○하네”라고 말한 뒤 회의장을 나갔다.

 

하 시장은 본회의장 밖에 있던 시민들에게 항의를 받았고, 일부 시민과는 가벼운 언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시장이 의회에서 이런 막말을 하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어이가 없다”고 반발했다. 시의회 차원에서 하 시장에게 사과를 촉구하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하 시장은 하루만인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정역 통합역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상정된다는 소식에 속이 상해 거친 표현이 튀어나오고 말았다”며 시의원과 시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미숙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은호 군포시장 페이스북 캡처.

군포시의회는 전날 남부역사와 북부역사로 나뉘어 있는 금정역을 통합역사로 개발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민주당 의원 6명이 발의한 결의안은 국힘의힘 의원 3명이 퇴장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 결의안은 금정역의 남·북부 역사 분리 개발을 반대하며 시와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에 통합역사 개발을 촉구하고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하 시장은 결의안 채택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금정역 통합역사 추진을 위해 노력했는데, 일방적인 내용의 결의안을 내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이자 시장 흠집 내기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 3월 오산시의회에서 벌어진 막말 논란과 닮은꼴이다. 당시 이권재 오산시장(국민의힘)은 자신이 추진하는 핵심 사업 예산 13억원이 전액 삭감된 데 반발해 “많이 하세요, 혼자. (나) 안 올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외친 뒤 시청 국·과장들과 함께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권재 오산시장.

역시 민주당이 다수당인 시의회에서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가다 발언권조차 얻지 못하자 충돌한 것이다. 이 시장은 “모두 다 나가”라며 자리를 박차고 떠났고, 시의회 민주당은 “홀로 하고 싶은 시장놀이를 하겠다는 것”이라 비난했다.

 

평행선을 그리던 오산시와 시의회 간 갈등은 시장 측의 사과문 발표로 8일 만에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살얼음판 같은 ‘불안한 동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군포·오산=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