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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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 사죄 믿은 내가 호구” 다리 1개 남은 꽃게·영수증 ‘인증’ 후 분통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리 다 있고, 알도 꽉 차 있는 전시용 꽃게 보고 구입했다고 주장한 누리꾼 “다시는 소래포구 이용 말라고 남편한테 혼났다” 푸념
판매 상인 “매스컴 탄 꽃게 소래포구서 구입했다는 증거도 없는데 억울하다” 말하기도 전언
보배드림 캡처

 

지난 14일 신영철 어촌계장까지 나서 ‘다리 없는 꽃게 바꿔치기’ 판매를 사죄하며 소래포구 신뢰를 위해 읍소했지만 공염불이었다.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달라지지 않은 소@포@꽃게 구입 후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글 제목에 지명을 직접 표현하지 않았으나, 인천 남동구 소재 소래포구에서 문제의 꽃게를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지인과 6월에만 살 수 있다는 생새우 육젓을 사러 (경기) 용인에서 출발했다”며 “생새우 구입 후 소래포구 입구 식당에서 식사한 뒤 같이 간 동생이 인근 상인에게 꽃게를 사길래 같이 사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샘플용(전시용) 꽃게에는 다리가 다 붙어 있었고, 알도 꽉 차 있었다”며 “(그걸 보고) 동생은 숫꽃게 5만원어치, 나는 암꽃게 2㎏을 6만원에 각각 구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판매 상인이 ‘매스컴에 요즘 소래포구에서 다리 없는 꽃게 탓에 난리가 났는데 자기네랑은 상관없다’면서 ‘매스컴 탄 꽃게를 소래포구에서 구입했다는 증거도 없는데 자기네들은 억울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후 집에 와 다리 없는 꽃게를 본 A씨는 “버렸던 영수증을 찾아 사진을 찍고 (같이 산) 동생에게도 영수증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상인 대표들이 큰절하고 사죄하면서 달라지겠다고 한 걸 믿은 내가 호구였다”고 토로했다.

 

또 “이전부터 소래포구서 물건 사면 호구라 하는 걸 알고 있었고, (나도) 평소 주변에 (그렇게) 말했는데 (이번에는 믿었다)”며 “암꽃게는 알도 꽉 차 있다 그랬는데 삶으니”라면서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러더니 “꽃게는 그냥 삶아도 짭조름한 맛이 있던데 이번에 산 건 짠맛이 다 빠졌는지 맛도 밍밍했다”며 “다시는 소래포구 이용하지 말라고 남편한테 혼났다”고 덧붙였다.

 

글 말미에 “사연 올린 이유는 상인들 큰절 보면서 믿어 본 결과가 이렇기에 커뮤니티 회원들은 속지 말라는 의미에서 적었다”고 밝혔다.

 

댓글에는 “인천 토박이”, “인천 사람”이라면서 “소래포구에서 수산물 산 적 단 한번도 없다”는 맥락의 글을 여럿 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가지 말라 했는데 알면서도 또 가서 당하는 건 어떤 이유인 거냐”고 되레 A씨를 나무랐다.

 

또 다른 누리꾼은 “올해는 꽃게가 진짜 이상하다. 알이 뻑뻑할 정도로 꽉 차는 게 맞는데 속이 빈 게 허다해 어부도 힘든 상황”이라며 다른 어시장의 꽃게 상태까지 아우른 댓글을 적었다.

 

어떤 누리꾼은 “정직하게 장사하는 상인도 있을 텐데 소래포구 자체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서 양심 상인은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난 14일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상인들이 자정대회를 열고 신뢰 회복을 약속하며 사과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