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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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자극한 노스탤지어”…중국인들 북한 여행 붐

요미우리, “북·중 국경지역, 중국인 관광객 몰려”
북한의 낙후된 풍경에 수십 년 전 중국 떠올려
“외화벌이 수단돼 핵·미사일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북한의 풍경은 어린 시절 중국의 그것 같은 인상이라 그립다.”

 

지난 4일 중국 단둥시에서 압록강을 배경으로 치마저고리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던 60대 중국 여성이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한 말이다. 한참 낙후된 북한의 풍경이 중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해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에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요미우리가 25일 보도했다. 

중국 단둥시에 있는 압록강 유람선 선착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번달 초순 단둥시를 흐르는 압록강 주변에는 대형 관광버스들이 줄을 이었다. 관광객들이 몰린 곳에는 북한 지폐나 배지를 판매하는 선물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대동강 맥주를 파는 북한 식당들도 적지 않다. 압록강을 오가는 유람선에는 망원경으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한 중국인 20대 여성은 “SNS에서 북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인데 궁금해서 왔다”고 말했다. 단둥시 여행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 북한 여행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4시간 정도 단둥시내를 돌며 북한을 볼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단둥시에 따르면 지난 4월 노동절을 낀 긴 연휴(4월29일∼5월3일)에 관광객 수는 약 103만 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만 명 가량 증가했다. 북한과 접하는 관광지인 지린성 훈춘시 등에서도 같은 기간 관광객이 2∼3배 가량 늘었다.  

 

요미우리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북한 여행붐이 ‘노스탤지어’(향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미우리는 “북한 여행 경험이 있는 중국인들은 SNS에서 ‘북한의 서민은 1980년대 중국인을 느끼게 해 소박하다’고 소개하고 있다”며 “김정은 체제의 가혹한 억압에 시달리고 있지만 북한은 고속 성장을 겪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생활하는 중국인에게는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장소가 되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이 북한의 외화벌이에 일조해 핵무기 등의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중) 국경지역에서의 관광객 증가가 북한이 외화를 버는 호기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며 “북한 선물가게, 식당 등의 수입이 북한에 흘러들어가면 핵·미사일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주요한 자금원이 된다는 우려도 표시했다”고 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