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되면서 경영계가 최저임금 동결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경제단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수만개가 감소하고, 현 최저임금이 이미 기업 지불능력을 넘어섰다는 분석자료를 잇따라 내놓으며 여론전에 돌입했다.
◆“勞 요구 수용 땐 일자리 47만개 증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현재 시급 9620원(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 201만580원)인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일자리가 최대 6만9000개 감소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26일 발표했다.
전경련이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게 의뢰해 진행한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나리오별 일자리 감소 효과를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최 교수는 2017∼2021년 사이 한국복지패널의 가구원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의 고용탄력성을 산출해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른 일자리 감소 효과를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3.95% 인상돼 1만원으로 오르면 일자리는 최소 2만8000개에서 최대 6만9000개가 감소한다. 이는 최근 5년(2018∼2022년) 평균 신규 일자리 수 31만4000명의 8.9∼22%에 달하는 수준이다.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 인상폭을 26.9% 인상할 경우 일자리 감소폭은 약 7배 늘어났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2210원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때 일자리는 최소 19만4000개에서 최대 47만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특히 청년층, 저소득층, 소규모사업장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폭이 클 것으로 예측했다.
15∼29세 청년층에선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일자리 1만5000∼1만8000개가, 1만2210원으로 인상되면 10만1000∼12만5000개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 2분위의 저소득층에선 최저임금 1만원 결정 시 일자리 2만5000∼2만9000개, 1만2210원 결정 땐 20만7000∼24만7000개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 1∼4인의 소규모사업장에서도 타격이 컸다. 최저임금 1만원 시 일자리가 2만2000∼2만9000개, 1만2210원 시 15만1000∼19만6000개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업종별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근로자가 밀집한 숙박·음식서비스업과 건설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시 숙박·음식서비스업은 일자리 1만2000∼1만6000개가, 건설업은 2만2000∼2만6000개가 사라졌다. 노동계 주장대로 최저임금이 1만2210원에 달할 땐 숙박·음식점업은 8만4000∼10만7000개, 건설업은 15만2000∼17만4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 교수는 이와 관련 “최근 영세기업들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판매감소‧재고증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추가로 인상될 경우 경영난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인 파산신청 56.2%↑…기업 한계”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단체 대표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주요 결정기준으로 본 2024년 적용 최저임금 조정요인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보고서엔 최저임금 주요 결정기준인 기업 지불능력과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등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담겼다.
경총은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올해 12.7%로 여전히 높고, 숙박·음식점업이나 5인 미만 소규모 기업의 미만율은 3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기 불황의 척도인 ‘법인 파산신청건수’가 올해 5월 누계 기준 59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2% 증가했고, 소상공인의 49.9%가 지난해 월 100만원의 수익도 올리지 못했다며 기업 지불능력에 여유가 없다고 봤다.
경총은 이 밖에 최근 5년(2019∼2023년) 최저임금 인상률(27.8%)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12.5%)의 두 배가 넘고,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62.2%로 주요 7개국(G7) 평균인 49.8%(경총 추정치)를 상회하는 점 등을 인상 불가 근거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