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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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 요구대로면 일자리 47만개 증발” vs “1만2210원이 마지노선”

최저임금 심의 시한 앞두고 경영계·노동계 모두 총력전

전경련, 보고서 내며 ‘동결’ 여론전
“1만원 되면 일자리 6만9000개 ↓”
음식서비스·건설업 가장 큰 타격
청년·취약계층 일자리 감소 집중

한노총 “최소 삶 위한 절박한 요구”
해촉 근로자위원 후임 위촉 촉구
세종청사 앞에서 천막농성 돌입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이 임박하면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총력전에 나섰다. 경제단체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 수만개가 사라지고, 현행 최저임금 수준에서도 이미 기업의 지불능력을 넘어섰다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최저임금 동결을 위한 여론전에 돌입했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6.9% 올린 1만2210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을 사흘 앞둔 26일 시급 9620원(노동시간 209시간 기준 월급 201만580원)인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일자리가 최대 6만9000개 감소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 위원이 물을 마시고 있다. 이날 노동계는 2024년 적용 최저임금을 1만2210원으로 제시했다. 뉴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3.95% 인상돼 1만원으로 오르면 일자리는 최소 2만8000개에서 최대 6만9000개가 감소한다. 노동계 주장대로 1만2210원으로 인상되면 사라지는 일자리가 최소 19만4000개에서 최대 47만개로, 감소 폭이 약 7배 증가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특히 청년,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15∼29세 청년층에선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시 일자리가 최소 1만5000개, 1만2210원 인상 시 최소 10만1000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득 2분위 저소득층에선 최저임금 1만원이면 2만5000개, 1만2210원이면 20만7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업종별로는 최저임금 근로자가 밀집한 숙박·음식서비스업과 건설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저임금이 1만2210원이면 숙박·음식점업과 건설업에서는 각각 최대 10만7000개, 17만4000개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단체 대표인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전날 최저임금 주요 결정 기준인 기업 지불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최저임금 동결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기 불황의 척도인 법인 파산신청이 올해 5월 누계 기준 59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6.2% 늘었고, 소상공인의 절반(49.9%)이 지난해 월 100만원의 수익도 올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총 보고서에는 최저임금위가 사업주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액 적정선을 물은 결과 응답자 과반(55.6%)이 ‘동결’을 주장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동계는 천막농성으로 맞불을 놨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1만2210원은 노동자 가구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절박한 요구”라며 근로자위원 위촉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망루 농성’을 벌이다 체포될 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구속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품위 훼손 등을 근거로 근로자위원에서 직권으로 해촉한 뒤 한국노총이 요구하는 후임 근로자위원의 위촉을 거부하고 있다. 후임으로 내세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김 사무처장이 사실상 ‘공동정범’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노사 동수의 대원칙이 무너진 최저임금위의 결정은 절차적으로 중대한 하자이고, 국민을 속이는 기만행위”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최저임금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의 최저임금 동결 입장에 대해선 “최저임금 취지를 망각한 반헌법적 만행”이라며 “물가 폭등에 신음하는 서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도발”이라고 질타했다.


이동수·권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