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동’에 대해 정부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도 의료 기관이 출생통보를 의무로 하는 내용의 출생통보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오는 30일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관련 법과 시행령 개정을 하지 않고도 출생신고 사각지대를 줄일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유령 아동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15건 수사를 의뢰받아 4건을 종결했고 11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이 5건, 안성경찰서와 수원중부경찰서, 화성동탄경찰서가 2건씩 맡고 있다. 사건이 종결된 4건은 병원에서 전산을 잘못 입력한 1건과 아기의 안전이 확인된 3건이다.
경찰은 아기의 안전이 확인된 3건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파악돼 친부모 입건 없이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으로는 부모가 한 달 안에 출생신고를 하게 돼 있지만, 위반하더라도 별다른 형사처벌 없이 5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된다. 경찰은 추후 보건복지부가 전수조사를 통해 수사 의뢰를 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앞서 감사원이 파악한 출생 미신고 아동 2236명을 전부 조사하는 중이다.
의료 기관에서 출생한 신생아에게 부여한 신생아 임시 번호와 질병관리청이 가진 예방 접종 기록 내 친모 정보, 건강보험공단의 분만 기록 등을 비교해 조사 대상 명단을 추리고 있고 이를 지방자치단체와 공유할 예정이다. 지자체는 해당 아동의 보호자에게 연락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여의치 않으면 경찰 등의 협조를 받아 조사에 나서게 된다. 다만 ‘병원 밖 출산’ 아이들은 이런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다.
출생 미등록 아동이 애초에 생기지 않게 여야는 이르면 30일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도입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 전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출생통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사위에는 국민의힘 김미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등 여야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 10여건이 계류돼 있다. 법사위는 소위에서 개정안을 심의한 뒤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최종 의결하는 게 목표다. 법무부도 의료 기관이 지자체에 출생 정보를 통보하고 지자체장은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료계는 의료 기관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행정 업무까지 떠맡으면 이중 업무로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신 의원은 의료계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의료 기관이 기본적 전산정보만 기록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 내용을 출생지 관할 시·읍·면의 장에 통보토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산모의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심사 중이다. 여야는 27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이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복지위 심사 이후 법사위 체계·자구심사도 받아야 해 이달 30일을 넘겨 다음 달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복지부는 출생통보제 도입과 시행령 개정 전에 유령 아동을 막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당초 질병청이 보유한 신생아 임시 번호를 받은 뒤 이를 지자체에 공유해 출생신고 여부와 대조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다만 시행령 개정까진 통상 몇 달이 걸려 당장의 허점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복지부는 다른 방안을 찾아 유관 부처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는 출생신고 관련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만 공유하는 체계는 없었다. 복지부는 부처마다 이런 정보를 공유할 법적 근거가 미비했다는 입장인데 정보 연계가 수월해진다면 유령 아동을 더 빠르게 알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