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짜리 다세대 주택에서 층간 누수 문제로 다툼 끝에 이웃인 70대 여성을 살해한 뒤 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로 30대 남성이 구속 송치됐다. 그는 취재진에 “저지른 죄는 달게 받겠다”라며 비교적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날 살인·현주건조물방화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정모씨를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정씨는 이날 오전 7시20분쯤 경찰서를 나서며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 없냐’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저지른 죄는 달게 받겠다”고 했다.
또 ‘층간누수 탓에 범행을 저지른 게 맞냐’는 질문에는 “술을 너무 많이 먹고 우울증까지 겹쳐서 처음에는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느냐’고도 묻자, 그는 “계획이나 그런 거 절대 하지 않았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됐다. 정말 죄송하다”고 답했다.
정씨는 지난 14일 오후 양천구 신월동 다세대 주택 2층에 있는 70대 여성 A씨 집에서 흉기로 A씨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살인·현주건조물방화)를 받는다.
당시 오후 9시43분쯤 이 주택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20분 만에 진화됐지만, A씨가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집 안에 있던 흉기와 몸에 남아있는 상처 등으로 미뤄 A씨가 불이 나기 전 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위층에 사는 정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추적했다.
정씨는 범행 직후 도주했다가 나흘 만인 18일 0시20분쯤 서울 강북구의 한 모텔에서 검거됐다. 그는 경찰에서 “층간누수 문제로 다퉈오던 중 살해하고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씨가 도피자금으로 쓰려고 A씨 돈을 훔친 정황을 파악하고 절도 혐의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