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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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체포특권 포기 못 하겠다는 민주당, 쇄신 진정성 있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그제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임시국회를 소집하지 않고, 회기 중 체포동의안 요구가 올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첫 혁신안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와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을 요구한 데 대해 권칠승 수석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혁신위 제안을 존중한다면서도 두 가지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새로운 게 아니다. 개인 비리 혐의를 받는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민주당은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고 의원 개인의 자유투표에 맡겨 사실상 부결을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권 대변인은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대해선 “총의를 모아나가겠다”면서 “의원 개개인의 권한이니 의원들 동의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절차나 형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혁신위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더니 확답을 피하면서 의원들에게 공을 넘긴 것이다. 당 지도부에게 애초 혁신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혁신위의 제안은 별것도 아닌데 당 지도부는 왜 우물쭈물 엉거주춤하고, 혁신위는 당 지도부의 그런 입장에 왜 가만있는지 의아스럽다”면서 “그렇게 해서야 혁신의 한 발짝 아니 반 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당 지도부가 ‘1호 혁신안’을 사실상 거부했는데도 혁신위가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민주당을 윤리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김 혁신위원장의 다짐은 말뿐이었나. 돈봉투 의혹을 비호하는 듯한 김 위원장 발언 등을 보면 민주당 쇄신을 이끌 소신과 능력이 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민주당이 혁신위를 꾸린 건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이 대표 등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코인) 보유·거래 의혹 등으로 민심이 멀어진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당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행태는 진정한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혁신이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요식행위에 그친다면 민주당은 국민에게 더욱 외면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