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양자과학기술 분야 석학과 미래 세대를 만나 “2035년이면 퀀텀 경제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저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리 퀀텀 과학과 기술 역량을 집중해서 창의적인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퀀텀 연구자들의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35년 글로벌 양자경제 중심국가 도약을 목표로 민관 합동 3조원 이상 투자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퀀텀코리아 2023’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대한민국 퀀텀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클라우저 박사 등 양자 분야 석학들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퀀텀 플랫폼을 통해 기술이 갖고 있는 본래의 경제적 가치를 넘어 다양한 부가 가치가 창출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효과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인력 양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퀀텀 기술의 막강한 파급력을 고려할 때 지난주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제시한 디지털 윤리 원칙 및 규범이 퀀텀 기술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또 “퀀텀 기술은 디지털 기반 사회를 더 발전시키고 경제, 과학, 의료, 보안, 에너지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것이지만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안겨 줄 것”이라며 “퀀텀 기술은 인류의 자유가 확장되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초연구와 산업·응용에 정부가 2조4000억원, 민간이 6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양자 분야를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고 양자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선진국 대비 62.5%인 양자 기술 수준을 2035년까지 85%로 끌어올리고, 양자시장 점유율은 1.8%에서 10%로 확장한다는 목표에 따라 3단계 발전 전략을 추진한다. 우리 기술로 1000큐비트(양자컴퓨터의 계산 기본 단위)급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전국적으로 양자통신·인터넷을 연결하며 양자센서를 고도화한다. 양자 핵심 인력 2500명과 양자·전자·통신·컴퓨터 역량을 갖춘 양자 융합 인재, 양자 분야 종사 인력 1만명도 키운다.
◆“138조 세계시장 올라타자”… 韓, ‘꿈의 양자기술’ 개발 추격
영화 ‘앤트맨’을 보면 사람이 개미만큼 작아지기도 하고, 거인처럼 커지기도 한다.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지긴 했지만 여기엔 ‘양자’ 개념이 적용됐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는데, 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기에 원자핵과 전자 간격을 늘이고 줄이면 물체의 크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자 이하 미시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양자로 이해하면 된다.
기존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양자 특성을 활용하면 현재 할 수 없는 일들이 가능해진다.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통신은 해킹이 불가능해진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양자기술시장 규모가 2040년 1060억달러(약 1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들은 양자기술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래 글로벌 양자기술시장에서 기회가 있다고 보고 기술·인력·생태계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7일 발표한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은 양자과학기술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종합적인 발전전략을 담은 최초의 국가전략이다.
이에 따르면 양자기술 3대 분야인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서 기술을 고도화한다.
2027년까지 50큐비트(양자컴퓨터 기본 정보단위)급, 2031년까지 1000큐비트급(오류율 0.5% 이하) 양자컴퓨터를 구축하고 자체 핵심 기술을 확보한다.
양자컴퓨터는 반도체가 아닌 원자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의 컴퓨터다. 이론상 슈퍼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1000만배 이상 빠르다. 현재 국내 기술은 10∼2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수준이다. 슈퍼컴퓨터보다 더 뛰어난 연산 능력을 갖추려면 최소 50큐비트급이 돼야 한다. 미국 IBM은 433큐비트, 구글은 53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고, 중국 중국과학기술대학교는 66큐비트급을 선보이며 앞서가고 있다.
양자통신은 도·감청 시 양자 암호키가 파괴되며 불법 도·감청 및 해킹이 원천 차단돼 보안성이 높다. 정부는 2031년까지 100㎞ 양자네트워크를 연결하고, 도시 간 실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양자전송 및 양자메모리 원천기술과 양자메모리 기반 양자중계기 개발에 나선다. 장기적으로 전국망 기반 양자인터넷 시범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양자센서는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정밀 계측을 가능케 한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0.05㎜보다 작은 암세포를 찾거나, 수십㎞ 이상 떨어진 장소에서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정부는 양자센서를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먼저 적용하고, 이어 국방·의료·반도체 등으로 활용 분야를 넓혀 가기로 했다.
인력 확보는 최우선 과제다. 현재 국내 양자핵심인력은 384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양자과학기술 분야 학과 신·증설 지원과 양자대학원 선정 등을 통해 양자 인력을 2035년까지 2500명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전자공학, 제어·시스템공학 등 양자시스템 구현·제어를 위한 양자엔지니어도 교육한다.
과기정통부는 석·박사 학생 및 산업 종사자들이 글로벌 양자기업에서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IBM·아이온큐(IonQ)와 양자 전문 인력 양성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에는 양자과학기술협력센터를 설치해 500명을 해외 파견하는 계획도 마련했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2027년까지 연구자 중심 개방형 양자팹을 구축한다. 양자소자(양자의 물리학적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전자 부품)는 반도체 공정·장비를 활용할 수 있지만, 물질 오염과 대기 시간 등을 고려해 별도의 양자팹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어 공공 양자 파운드리(제조·생산)를 마련하고, 2032년 이후에는 민간이 양자 파운드리를 산업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양자과학기술을 적용한 신기술·신개념 무기체계를 미래 전장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양자 레이더·라이더나 양자 항법, 양자암호통신 등이 활용될 수 있다. 국방 양자 특화 연구실·센터를 2025년까지 3곳 설립하고, 기존 암호체계를 대체할 차세대 양자내성암호 전환 계획을 수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