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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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만에 68㎜…이번 장마도 '순식간에 집중호우'

저기압 동반 폭좁은 정체전선, 작년처럼 집중호우 불러
내일 '저기압 동반 정체전선' 다시 접근…누적 피해 우려
엘니뇨에 올여름 강수량 많을 듯…기후변화에 폭우 증가

전국에 장맛비가 내린 26일 충북 충주시 노은면에는 오후 4시 9분부터 1시간 동안 비가 68.5㎜ 쏟아졌다. 같은 날 전남 나주시엔 오전 3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60.5㎜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시간당 강수량이 30㎜ 이상인 비를 '매우 강한 비'라고 표현한다.

26일 오후 충주 지역에 내린 비로 인해 지현동 주택가 축대가 붕괴돼 있다.

시간당 강수량이 30~40㎜면 '하늘에서 비를 퍼붓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운전 중 자동차 와이퍼를 작동해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 24일 밤 제주부터 올여름 장마가 시작했다.

이후 27일 오전까지 제주 한라산에 최대 372㎜ 등 전국 곳곳에 100㎜ 넘는 많은 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지금까지 큰 피해가 나지는 않았다.

다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장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29일부터 전국에 다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로 인한 작은 피해들이 누적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순식간에 비가 다량 쏟아지는 집중호우다.

지난 27일까지 우리나라는 정체전선뿐 아니라 정체전선 위로 지나는 저기압에도 영향받았다.

저기압이 서쪽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올 땐 저기압 앞쪽에서 부는 남풍과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부는 남풍이 합쳐져 불어 들면서 비구름대가 남북으로 폭이 넓게 형성된다.

27일 오전 5시 7분께 강원 양구군 남면 창리에서 장맛비에 쓰러진 나무가 도로를 덮치고 있다.

저기압이 지난 뒤엔 저기압 후면으로 북쪽에서 상대적 차고 건조한 공기가 끌려와 고온다습한 남풍과 강하게 충돌하면서 폭 좁은 비구름대(정체전선)를 만든다. 성질이 다른 공기가 부딪치면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져 비구름대가 특히 잘 발달한다.

29일에는 중국 산둥반도 부근에서 '저기압을 동반한 정체전선'이 발달해 우리나라로 다가올 전망이다.

이에 전국에 재차 '강하고 많은 비'가 오겠다.

지난해에는 '남북 폭은 좁고 동서 길이는 긴' 정체전선에 큰 수해가 발생한 바 있다.

작년 8월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 원인 하나가 폭 좁고 긴 정체전선이었다.

당시 비구름대가 '인천 남부지역-서울 남부지역-경기 양평군'에 걸쳐지면서 밤에 서울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100㎜ 이상 비가 내렸다. 서울 동작구에는 오후 8~9시 1시간 동안 141.5㎜ 비가 퍼붓기도 했다. 서울·경기 연평균 강수량(1천267.9㎜)의 11%가 1시간에 내린 셈이었다.

비단 이번 장맛비 때문이 아니어도 많고 강한 비에 대한 비는 필요하다.

우선 올여름 강수량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호우특보가 발효된 28일 광주 북구 임동 광천2교 인근 광주천이 범람해 있다.

기상청은 최근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7월과 8월 강수량이 평년(7월 245.9~308.2㎜, 8월 225.3~346.7㎜)보다 많을 확률과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이고 적을 확률은 20%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보는 주된 이유로 엘니뇨를 꼽았다.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하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중태평양에서 대류활동이 활발해지고 이 지역에서 동아시아로 대기 파동이 형성된다. 이에 동아시아에서 대류활동이 줄면서 우리나라 주변에 저기압성 순환이 강화돼 우리나라에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된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8일 엘니뇨가 나타나고 있다며 주의보를 내렸다.

바다가 따뜻해지면 바다 위 대기 중 수증기량을 늘려 강수량을 증가시키고 '슈퍼태풍'을 부르는데 현재 세계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높다. NOAA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0.85도 높은 185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후변화도 폭우 대비를 단단히 해놓아야 할 이유다.

행안부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등 관계자가 28일 0시에 호우 대비 관계기관 긴급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12~1940년 30년과 1991~2020년 30년 연평균 강수량과 강수일을 비교하면 연강수량은 135.4㎜ 증가했는데 비가 내린 날은 21.2일 감소했다. 한 번 비가 내릴 때 양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실제 '시간당 강수량이 50㎜ 이상 기록된 날'은 1973~1982년 연평균 12일에서 2013~2022년 21일로 75%(9일)나 늘었다.

기후변화는 특히 폭우의 빈도뿐 아니라 강도도 증가시키겠다.

작년 기상청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는 '현재처럼 또는 현재보다 조금 더 탄소를 배출하는 경우'(SSP5-8.5)에 '100년 만에 한 번 내리는 비'의 강수량(현재 187.1~318.4㎜)이 이번 세기 전반기(2021~2040년) 29%, 중반기(2041~2060년) 46%, 후반기(2081~2100년) 5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