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안 봐서 면허가 있어야 하는 줄 몰랐어요."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벤처타운역 앞. 교복 차림으로 헬멧을 쓰지 않고 전동 킥보드를 타던 한 고등학생이 "면허 없이 킥보드를 타면 안 되는 걸 몰랐느냐"고 묻는 경찰 앞에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변명을 늘어놨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는 만 16세 이상만 취득할 수 있는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증을 가져야 운전할 수 있다. 만 15세였던 이 학생은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없다.
이 학생은 "잘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며 쪼그려 앉은 채 진술서를 썼다. 경찰은 학생이 반성하고 있다며 무면허와 안전모 미착용에 대한 범칙금 12만원을 부과하는 대신 계도한 뒤 훈방했다.
서울경찰청이 이륜차·자전거·개인형 이동장치(PM) 등 '두바퀴 차' 특별단속에 나선 지 사흘째인 이날 관악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경찰관 18명은 오후 3시부터 서울대벤처타운역 앞에서 단속을 벌였다.
단속 대상은 두바퀴 차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인 신호위반, 역주행, 음주·무면허 운전 등이다.
신림역에서 1.2㎞ 떨어진 이 지역은 시장이 있어 오토바이가 자주 오가고 유동 인구도 많아 사고 위험이 큰 곳으로 꼽힌다. 지난달에도 이곳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택시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단속이 이뤄진 약 50분간 오토바이 23대와 킥보드 11대가 신호 위반, 안전모 미착용 등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됐다. 1분30초마다 한대꼴이다.
경찰은 이 중 32명에게 범칙금과 벌점을 부과했다. 음주 단속 수치 이하의 오토바이 운전자와 면허, 안전모 없이 킥보드를 탄 미성년자에게는 주의를 줬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직원 2명도 나와 LED 전조등을 마음대로 바꿔 단 오토바이 운전자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넘겼다.
교차로 한가운데서 양방향을 주시하던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동승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오토바이 한 대를 멈춰 세웠다.
이 오토바이 운전자는 신원 조회 결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선고된 벌금 700만원을 미납한 지명수배자로 확인돼 인근 지구대에 인계됐다.
배달 기사 백모(45)씨는 신호 위반으로 범칙금 4만원과 벌점 15점을 부과받았다. 백씨는 "평소엔 (교통 법규를) 잘 지키는데 배달이 밀려 신호를 어겼다"며 멋쩍게 웃었다.
신호를 어기고 좌회전하다 적발된 또 다른 배달 기사는 "잘못한 거 아니까 빨리 처리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재촉하기도 했다.
헬멧을 쓰지 않은 자전거 운전자도 여럿 보였지만 경찰은 "다음부터는 안전모를 쓰고 자전거를 타달라"고 운전자에게 안내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 안전모 착용은 훈시규정이어서 위반자를 처벌할 수 없다.
주민 조대원(73)씨는 경찰의 단속을 지켜본 뒤 "평소 오토바이들이 신호를 무시하고 빠르게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불안했다"며 "앞으로도 경찰이 이렇게 단속에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단속은 8월27일까지 두 달간 이어진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3∼5월 석 달간 두바퀴 차 교통사고 건수는 직전 3개월에 비해 30%, 부상자는 36% 각각 늘었다. 특히 자전거·PM 교통사고 부상자는 153% 증가했다.
정현호 관악경찰서 교통과장은 "날씨가 많이 풀리고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두바퀴 차 교통사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두바퀴 차 운전자는 신체가 도로 위에 노출돼 치명적 사고가 날 수 있는데도 안전의식이 상대적으로 미약해 교통법규 준수의 중요성을 집중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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