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차량기지를 이전할 대체 부지를 발굴하고 타 지자체 설득방안을 찾겠습니다.”
서울 구로구는 최근 큰 혼란을 겪었다. 18년 동안 끌어온 수도권 전철 1호선 차량기지 이전 사업이 지난달 무산됐다. 주민들의 허탈감은 컸다. 울분을 토하는 이들도 있었다.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주민들을 추스르고 발빠르게 대안을 모색했다. 지난 14일 세계일보와 만난 문 구청장은 임기 내에 꼭 차량기지 이전의 밑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1974년 구로1동에 들어선 차량기지는 2005년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에 따라 경기 광명 이전이 결정됐다. 25만㎡에 이르는 차량기지 땅은 근처 디지털산업단지와 연계해 주거·상업시설 복합단지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8년간 세 번의 타당성조사 끝에 사업이 끝내 좌초했다.
문 구청장은 “지난달 국토교통부를 항의 방문해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꼭 먼저 반영해달라고 했고,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 구로차량기지 이전 재추진을 위한 용역을 추진한다. 문 구청장은 “(이전 부지로)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데가 있다”며 “(후임자) 누가 와도 탈없이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임기 내에 이전 장소 지정까지는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
드넓은 차량기지와 함께 구로 개발의 또 다른 걸림돌은 더딘 재개발·재건축 속도다. 문 구청장은 “젊은 사람들은 결혼하면 구로를 떠나려 한다”며 “젊은이가 나가니 어르신과 어려운 분들이 많은 동네가 됐다”고 했다. 그가 “구로를 확 변화시켜 중산층 이상이 들어올 수 있는 지역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문제는 각종 갈등·분열로 재개발이 10년, 20년씩 늘어진다는 점이다. 공공 부문은 중립을 지켜야 하니 구청이 개입하기도 쉽지 않다. 문 구청장은 묘책을 찾았다. 올해 초 건축·도시정비 등 분야별 민간전문가로 재개발·재건축사업 지원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법률·행정 자문은 물론 주민들을 중재해 개발의 물꼬를 트고 있다. 문 구청장은 “내년쯤에는 가시적인 재개발·재건축 성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거 공간은 낙후했지만, 구로에는 대표 자산인 G밸리가 있다. 문 구청장은 G밸리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밀집한 G밸리에 맞춤형 인재를 공급해 활력을 더하려 한다. 관내 중소·중견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숭실대 인공지능(AI)융합테크노대학원 석사학위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1인당 연간 1000만원씩, 학비의 90%까지 파격 지원한다. 올해 8명이 참여하고 있다.
문 구청장은 구로에서 30여년간 기업을 이끈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그의 ‘기업인 DNA’는 2000여명의 공무원을 지휘할 때도 발현된다. 취임 이후 그는 공무원 대상 국내외 배낭 연수 기회를 늘리고, 휴가비·건강검진비 지원액을 높였다. 장기 재직 특별휴가도 확대했다. 문 구청장은 “한정된 권한과 예산 내에서 혜택을 부여하고, 대신 열심히 일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구민의 12.3%인 높은 외국인 비율은 구로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문 구청장은 “최근 체벌 명목으로 자녀를 구타한 중국인 부모로부터 자녀를 분리하자 (아이를 돌려달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며 “외국인 주민 밀집 거주지역엔 쓰레기 투기나 무단횡단 행위 등도 잦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행정적 제재가 능사는 아니며, 우선 계도에 힘써 문화 차이를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