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오는 9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상정될 때까지 지하철 지연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29일 오전 밝혔다. 이후 밤에는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 역사 안에서 불법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근길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는 ‘연착 투쟁’은 당분간 멈추되 선전전은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024년 정부 예산안에 장애인권리예산 중 특별교통수단 예산만이라도 반영해달라고 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며 특별교통수단 예산으로 3350억원을 편성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오후 1시쯤에는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으로 자리를 옮겨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 등을 요구하는 ‘1박2일 전동행진’을 열었다. 오후 5시쯤부터는 마포대교를 건너 마포구 공덕동까지 2개 차로를 점거한 채 행진해 교통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행진 후 다시 여의도로 돌아가 야간 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부자감세에 앞장선 윤석열 정부에서 2023년 장애인권리예산 요구 대비 예산 증액은 0.8%에 그쳤다”며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제21대 국회는 장애인권리입법의 책임을 다해 국가가 예산의 논리로 박탈해온 장애인의 시민권을 보장해야 한다. 장애등급제가 진짜 폐지되어 장애인의 권리가 권리답게 보장되기 위해서는 장애인권리예산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삶을 빼앗기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장애인 지원 약속은 점점 얄팍해지고 있다”며 “장애인의 생존을 정권의 입맛에 맞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활동가 100여명은 오후 10시쯤부터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역사 내에서 돗자리 등을 깐 채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일부 전장연 활동가는 이전부터 국회의사당역에 현수막, 텐트 등을 설치하고 농성을 이어온 바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여객운송 약관과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지하철 역사 내 노숙 행위는 불법”이라며 “물리적 충돌이 우려돼 타협 중이지만 불편 민원도 잇따르고 있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이날 노숙 농성 후 이튿날인 30일 오전 8시부터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