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서 29일(현지시간) 납북자 문제를 논의하는 화상 회의가 열렸다. 내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동시에 활동하게 되는 한국과 일본은 이 사안을 안보리에서 공개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이날 열린 유엔 화상 심포지엄에서 “납치 문제의 시급성과 수십 년에 걸친 공동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게도 이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진전은 거의 없었다”며 “북한은 이 문제에 대한 논의조차 일관되게 거부한 채 자국 영토에 납북자가 없다는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이 북한의 일부 인권침해를 반인도범죄로 규정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CO1) 보고서 발간 10주년이 되는 2024년 안보리에서 활동한다고 언급하며 “이사국으로서 한국은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사는 북한의 납치·강제실종의 최대 피해자가 한국인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공개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는 한국인 전시납북자가 10만명, 미송환 국군포로 5만명, 전후 납치·실종자 516명이라고 명시된 바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유린에 관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권 유린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제공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우리는 함께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모든 납치된 사람들과 불법 구금된 이들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는 “안보리가 공개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공식적으로 다룰 때가 됐다”며 “안보리가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인권 침해와 유린, 그리고 이것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일본은 북·일관계의 우려사안 해결과 새로운 시대의 공동 개척이라는 관점에서 기시다 총리의 결의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기회를 붙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일본이 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 두는 것이 옳으며, 이는 다른 나라들의 입장과도 잘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크룩스 대사는 직전 주북 영국대사로 근무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이 공동 주관했다. 최근 북한과 일본 간 정상회담 논의 기류가 생겨나는 가운데 이에 앞서 납북자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사전 논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납북자, 억류자,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의 안보리 진출로 안보리에서 한·미·일의 납북자 문제 공조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