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그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에 대해 “현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이는 바,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전 특검과 함께 청구된 양재식 전 특검보의 구속영장도 비슷한 이유로 기각했다. 이들의 신병 확보 실패로 향후 검찰의 50억 클럽 의혹 진상 규명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유 부장판사는 구속 전 영장심사에서 검찰이 대장동 사업 공모를 준비하던 민간업자들에게 받은 청탁 등을 비롯해 박 전 특검의 단계별 범행 흐름을 설명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일당에게 편의를 봐주고 거액을 약속받은 사안의 중대성은 물론 휴대전화를 파손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치부했다. 관련자들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들을 통해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약속한 점이 충분히 인정되는 상황에서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판사 성향을 둘러싼 불만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영장 기각은 50억 클럽 의혹을 방치하다시피 한 검찰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50억 클럽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2021년 9월이었다. 대장동 비리 연루자인 회계사 정영학씨의 메모에서 6명의 실명이 거론됐는데 5명이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고위 판·검사 출신이었다. 사실상 법조비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5명 중 검사 출신인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만 기소됐으나 이마저도 아들이 대장동 일당에게서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 뇌물죄 적용은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허술한 기소 탓이었다.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도 관련 의혹이 불거진 후 1년9개월 만에 청구됐다. 지난 3월 야당에 의해 ‘50억 클럽 특검법’이 상정된 뒤 마지못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시작된 수사의 결과물이었다. 수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여기에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71세 고령이라는 점과 건강 문제를 꺼내 불구속 상태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박 전 특검 변호인 측 주장까지 더해졌으니 쉬운 싸움일 리 만무했다.
검찰이 50억 클럽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 수사했는지 의문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평하기보다 탄탄한 보강수사로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내 영장을 재청구해야 마땅하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족쇄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만약 검찰이 자기 치부를 감추기 위해 50억 클럽 의혹을 덮고 간다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서 그랬던 것처럼 검찰 역사에 수치를 더할 뿐이다. 국민적 공분을 쌓은 대장동 비리 의혹 또한 영영 묻히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설] 박영수 영장 기각… 檢 ‘50억 클럽’ 수사 최선 다한 것 맞나
기사입력 2023-06-30 22:48:45
기사수정 2023-06-30 22:48:45
기사수정 2023-06-30 22:48:45
판사 성향 둘러싼 불만 이해되지만
의혹 방치해 온 검찰 책임이 더 커
보강 수사 통해 영장 재청구 마땅
의혹 방치해 온 검찰 책임이 더 커
보강 수사 통해 영장 재청구 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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