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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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첫 임신한 레즈비언 부부 나왔다…“벨기에서 정자 기증받아”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 김규진씨, 한겨레 인터뷰서 9월 출산 공개
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 김규진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국내에서 동성 부부의 임신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의 저자 김규진씨는 지난 2019년 동성 연인과 미국 뉴욕에서 정식 부부가 된 후 오는 9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인공수정을 한 김규진(31)씨는 현재 임신 8개월 차라고 지난달 30일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규진씨는 배우자 김세연(34)씨와 2019년 11월 한국에서도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 휴가를 받기 위해 회사에 청첩장을 내는 등 커밍아웃 후 공개 행보를 보여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규진씨는 “원래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다”며 “이성애자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좋은 부모 되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만난 여성 상사에게 ‘난 와이프가 있다’고 말했더니 ‘그렇구나. 근데 애는 낳을 거지?’라고 묻더라. 내가 레즈비언이란 것에 놀라지 않았다는 점과 동성 커플에게 출산을 추천한다는 점에서 놀랐다”며 아이를 가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규진씨는 임신을 결정하는데 현재 행복하다는 점이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행은 내 대에서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선택한 가정에서 행복을 느꼈다. 제가 행복하니까 자녀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리고 무엇보다 언니가 나보다 더 좋은 엄마가 돼 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애초 규진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프랑스에서 시술을 받을 생각이었으나, 대기 기간이 길어 인근 벨기에에서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프랑스는 2021년 비혼 여성과 동성 커플에게 시험관 시술을 합법화한 바 있다.

 

규진씨는 한국에서 시술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국도 고려했지만 한국 병원에선 법적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하기 때문에 저는 해당이 안 된다”며 “개인적으로 기증자를 찾더라도 정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건 불법이다. 그럼 지인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쉽지 않아서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출산 후 평범하게 산후조리원에 입소해 몸조리를 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국에선 법적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부부나 부모로서 법의 보호나 혜택 등을 누릴 수 없다. 규진씨의 배우자 세연씨는 법적으로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도 쓸 수 없다.

 

부부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아이가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면 이민 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규진씨는 “여전히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에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연씨도 “‘아이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럼 당신이 도와주면 되겠다’고 말하고 싶다”며 “그런 분들이 도와주면 더 좋은 사회가 빨리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