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로봇팔 도입할 수밖에”…최저임금 동결 주장 나선 중소기업계

중기중앙회 최저임금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최저임금 인상,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악순환”

“출력·복사 업계에서 로봇팔을 활용한 자동화 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장비 도입 비용이 8000만원인데 연간으로 2명 인건비 수준입니다.” (민선홍 한국디지털출력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와 최저임금특별위원회가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최저임금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는 고용 축소, 물가 인상 등을 우려하며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이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최저임금 합리적 결정 촉구를 위한 중소기업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기자회견에 참여한 15개 업종별 협동조합 및 협회 대표들은 입장문에서 “최근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1000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를 연달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절반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난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97.9%로 거의 2배로 뛰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축소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키오스크와 산업용 로봇 도입 등도 빨라져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동화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지난 2년을 적자 보면서 버텼다”며 “로봇팔이 제본 일을 해주든지 아니면 일본처럼 가족기업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악순환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오선 부산청정표면처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임금이 오르면 당장 음식점들이 1000원씩 음식값을 올린다고 하는데 그럼 식대도 올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하고 회복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영발 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코로나19로 매출액이 70% 줄어든 적도 있고, 직원을 20명 정도 내보내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며 “매출액이 없으니 고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어 내년도는 최소한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최근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을 축소하겠다고 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기업의 생존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되도록 동결 수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2023년 적용된 최저임금(9620)보다 26.9% 높은 1만2210원을,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9620원을 제시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