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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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유령 아동’ 엄마와 태국 출국 확인

‘불법체류자’ 친모가 8년 전 출산
警, 사건접수 엿새 만에 수사종결

2015년 경기 안성시에서 지내던 태국 국적의 여성은 그해 5월 모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았다. 하지만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았던 탓에 서둘러 퇴원했다. 면역력이 부족한 영아의 특성으로 예방접종은 필수였지만 선뜻 의료 기관을 찾을 수 없었다. 불법체류자였기 때문이다. 그때 이 여성과 인연이 있던 한국인 여성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세상에 태어났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유령 아동’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경찰이 불법체류자가 출산한 ‘출생 미신고 영아’의 안전을 추가 확인했다. 3일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지난달 26일 안성시로부터 관련 사건의 수사 의뢰를 받았다. “2015년 5월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받은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아기가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진=연합뉴스

경찰 확인 결과 보건소 기록상 한국인 보호자가 “내가 낳은 아기가 아니다. 과거 알고 지내던 태국 국적의 불법체류자가 출산한 뒤 예방접종을 부탁해 (이름을 빌려주는 등) 도와준 것”이라고 진술해 초기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이 과정에서 파악한 단서는 아기의 생모 이름의 한국어 발음과 오래전 태국으로 건너갔다는 게 전부였다. 경찰은 안성 내 2곳인 산부인과 조사에 착수, 출산·진료 기록을 뒤져 이 중 1곳에서 생모의 이름, 직장 주소, 연락처 등을 찾아냈다.

 

이후 경찰은 인천국제공항과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여성의 신상과 그가 낳은 아기의 출생 일자 등 모든 정보를 대입, 2015년 7월 함께 태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사건 접수 엿새 만인 지난 2일 수사를 종결했다.

 

한편, 각지에서 유령 아동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다. 광주광역시에선 지금까지 8곳, 전남에선 12건의 수사 의뢰가 접수돼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기초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남경찰청도 10건의 수사 의뢰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원=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