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도 예비비를 주먹구구로 운용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지자체별 예비비 규모가 지방재정법 규정보다 과도하게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예비비 편성 비율을 어긴 채 지자체 금고에 돈을 쌓아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의 예비비 편성액은 3조5094억원이다. 이는 예산 총액(555조4591억원)의 0.9% 수준이다.
하지만 243개 지자체 가운데 94개(38.7%)는 예비비 편성비율이 규정인 1%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예비비 비율이 10%가 넘는 곳도 있었다. 부산 남구는 예산 총액 7919억2400만원 중 869억8700만원(11.0%)을, 울산 울주군은 예산총액 1조5105억3100만원 중 1555억6400만원(10.3%)을 예비비로 편성했다.
이 외에 부산 기장군(9.8%), 서울 중구(8.4%), 부산 동래구(7.5%), 경북 안동시(7.1%), 부산 연제구(6.8%), 부산 수영구(6.7%), 부산 북구(5.9%), 경북 영주시(5.5%) 순으로 예산 총액 대비 예비비 편성 비율이 높았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이나 예산 초과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예비비를 계상할 수 있으며, 예비비 편성 비율은 예산 총액의 100분의 1 이내로 해야 한다.
예비비 비율이 예산을 짤 때보다 회계연도 말에 더 높아진 지자체도 81곳에 달했다. 울산 울주군의 경우 2022년 예산은 9415억4300만원, 예비비 예산은 171억6900만원(1.8%)이었다. 하지만 회계연도 말 예산현액은 1조5105억3100만원, 예비비는 1555억6400만원(10.3%)으로 치솟았다. 예비비 예산이 당초의 9배로 늘어난 셈이다.
예비비는 재난 상황 등이 발생해 집행에 따라 총액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예비비가 늘어났다는 것은 지자체가 사업을 펼치면서 예산이 남아 연말에 예비비로 돌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예산이 남을 것 같으면 추경을 통해 해당 사업의 예산을 줄이고, 대신 예산이 모자란 다른 사업에 돈을 투입하거나 새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재정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