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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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차주 대출 급증…은행 연체율도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

1인당 대출잔액 7582만원 달해
자영업 취약차주도 17.8% 증가

1분기 전체 가계대출 1년새 24조↓
4월 은행 연체율 0.37%로 상승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의 빚이 1년 새 1조2000억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대출잔액도 100만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 4월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도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연체 경고음도 들린다.

3일 한국은행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취약차주의 가계대출 잔액은 9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1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문이 써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은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이용한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층이나 신용점수 664점(과거 기준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를 취약차주로 분류했다. 한은은 약 100만명의 신용정보로 구성된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 내 표본 데이터를 전체로 환산해 가계대출 현황을 추산했다.

취약차주의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7495만원에서 올해 1분기7582만원으로 87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845조3000억원으로 24조6000억원(1.3%) 감소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부진 등 영향으로 전체 대출은 줄어들었으나 취약차주의 빚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특히 취약차주의 대출 질도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이 19%인 반면 취약차주의 신용대출은 25.1%에 달했다. 취약차주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31.9%로 전체(45.7%)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자영업자 중 취약차주도 늘고 있다. 한은은 올해 1분기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대출잔액이 104조6000억원으로 1년 전(88조8000억원)보다 17.8% 급증한 것으로 추산했다. 자영업자 전체 대출 증가율(7.6%)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에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로 전년 동기(0.49%)보다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앞선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취약차주로 인한 자산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중 새로 연체된 차주의 58.8%, 신규 연체 잔액 중 62.8%가 취약차주였다”며 “특히 새로 연체되기 시작한 취약차주의 39.5%가 신규연체잔액이 연간소득액을 웃돌고 있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및 자본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체 은행권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4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월 말 대비 0.04%포인트 올라 2020년 8월(0.38%)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월 말 대비 기업대출이 0.35%에서 0.39%로, 가계대출이 0.31%에서 0.34%로 모두 상승했다.

대출연체율 상승은 중소기업과 신용대출에서 두드러졌다.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대출 연체율(0.09%)이 전월과 유사한 수준인 데 비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46%)은 0.05%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에서는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이 0.67%로 0.08%포인트 올라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률(0.01%포인트)을 크게 웃돌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연체율 수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1월 말의 0.41%보다 낮고 과거 장기 시계열(0.78%) 대비로도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병훈·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