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전망치보다 낮은 수치다. 수출 부진이 당초 예상보다 크다는 이유다. 정부는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편성 없이 정책금융과 공공기관 등을 통한 ‘15조원+α’ 공급으로 경기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빠진 세입자 보호를 위해 총부채상환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올해 성장률은 상반기 실적 부진으로 당초 예상보다 낮은 1.4%로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정보기술(IT) 부문 경기 회복 등으로 성장세가 상반기보다 2배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정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전망치(1.6%)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가장 큰 요인은 수출 부진이다. 올해 상반기 월별 수출은 1월부터 6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감소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위축과 제조업 불황으로 인한 투자 감소도 경제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다만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상저하고’ 전망은 유지했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수출이 회복되면서 본격적으로 경기 반등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반기별로 보면 상반기 0.9%에 그쳤던 성장률이 하반기에는 1.8%까지 상승하고,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연간 2.4%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부문 전망치도 조정됐다. 수출(통관기준) 전망치는 -4.5%에서 -6.6%로 낮췄다. 수입도 -6.4%에서 -8.6% 감소로 조정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5%에서 3.3%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올해 취업자 수 전망은 기존 10만명 증가에서 32만명 증가로 대폭 상향됐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정책금융 공급 규모를 13조원, 공공기관의 내년 사업을 조기 집행하는 방식으로 2조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역전세 위험 방지 차원에서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진 집주인에 대해 DSR 40% 규제 대신 특례보금자리론과 마찬가지로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는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연구개발(R&D) 사업의 ‘나눠먹기식’ 관행을 혁파하고 R&D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저출산·결혼 대책으로 혼인자금에 한정해 증여세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