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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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일부 ‘인권 강화’ 개편 옳으나 대화 창구는 닫지 말길

통일부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 장·차관을 교체하면서 “통일부는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을 해선 안 되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한 이후 조직 개편론에 탄력이 붙고 있는 모양새다. 통일부 개편 논의는 2008년 이명박정부 때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북한의 잇단 도발로 통일부가 사실상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개편은 불가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조직법 제31조는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밖의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진보 정권들의 통일부는 정책의 우선 순위를 남북 교류 협력이나 인도적 문제 해결에 둬왔다. 문재인정부는 더 심했다. 북한에 돈과 쌀을 주면서 그 대가로 남북 이벤트에만 골몰했다. 북한이 ‘핵선제 공격’을 위협해도,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앵무새처럼 평화를 외쳤다. 심지어 북한에 굴종적 자세까지 보이기도 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 전단을 금지해야 한다고 하자 부랴부랴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부처가 통일부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업무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아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와 반대로 가는 사례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장·차관을 동시에 교체한 뒤 공개적인 쇄신을 요구한 이유다. 더욱이 북한은 군사정찰 위성까지 발사하고 7차 핵실험 카드도 여전히 유효하다. 북한에 비위를 맞추고 눈치를 보는 게 체질로 굳어진 통일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지금과 같은 조직으론 ‘통일부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남북 교류 업무의 상징이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를 축소하고 북한 인권 및 정세 분석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큰 방향을 잡았다는 얘기가 나와 다행이다. 참혹한 북한 인권 문제는 더는 방관만 해선 안 되는 지경에 와 있다.

통일부가 시대에 걸맞게 체질을 개선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북한의 도발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늘 그래왔듯 위기에 봉착하면 언제든 태도를 바꾸는 집단이 북한이다. 조직 개편은 변수가 뒤따르는 남북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개편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남북 대화 창구만큼은 닫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발적 충돌 등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통일부의 조직 개편은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