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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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이낙연, 사퇴 압박” 추미애 폭로에… 민주 “자제하라” 한 목소리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자신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폭로가 민주당을 흔들고 있다. 추 전 장관의 말에 민주당은 계파와 관련 없이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혁신위원회 출범으로 당내 갈등을 봉합하려던 친명계(친이재명)는 물론이고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전 정부 인사들도 추 전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며 비판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5일 SBS 라디오에서 “이 상황에서 (추 전 장관이)그런 말씀을 왜 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당의 통합이고, 소위 말하는 친문 비문, 친명 비명 이런 걸 넘어서 총선승리를 위해서 하나가 돼야 되는데 자꾸 과거를 파헤친다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추 전 장관을 비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정 의원은 전날 추 전 장관이 이재명 대표에게 줄을 선 것이라는 전원책 변호사의 발언에는 “그렇게 줄 서서, 전 대통령을 저격하고 그 당시 당 대표였던 이낙연 대표 저격해서 그게 어떻게 이재명 대표에 줄 서는 것이 되겠나”며 “더 부담이 돼서 줄 서려고 해도 오히려 줄 설 수 없다”고 답변했다.

 

정 의원이 추 전 장관의 자제를 요구하는 것은 당내 통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당내 갈등의 원인으로 꼽혔던 사법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고, 돈봉투 사건과 무소속 김남국 의원 코인 투자 의혹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혁신위가 막 출범한 상황이다. 이때 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저격한다면 당내 갈등이 새롭게 촉발된다는 계산이다.

 

당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지금 현재 우리가 민주당이 최대의 개혁 혁신은 단합, 강한 민주당이 돼야 되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왜 저러한 얘기들이 당내에서 문제가 되는가, 저는 서로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친낙(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 역시 추 전 장관의 발언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당 대표도 지내셨고 법무부 장관도 지내신 분이 본인과 관련되어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 주관적으로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폭로하는 게 과연 어른다운 행동인가”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뉴스1·뉴시스

윤 의원은 자신을 물러나게 한 것이 문 전 대통령이라는 주장에 추 전 장관의 주장에 “대통령이 당시 임명권자인데 임명권자가 장관을 해임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저는 이해할 수 없는 게 추 전 장관께서 본인을 해임시킨 것이 뭔가 이상한 것처럼 지금 자꾸 말씀을 한다”고 쏘아붙였다.

 

윤 의원은 ‘2020년 이 전 대표 시절 언론 개혁 입법이 좌절됐다’, ‘이 전 대표가 재보궐선거 때문에 퇴장을 요구했다’는 추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발언도 사실은 팩트가 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언론 개혁 법안이 좌절이 된 건 이 전 대표가 대표직을 물러나고 나서 5~6개월 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본인한테 직접적으로 그렇게(퇴장하라고) 발언을 했는지 한번 확인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친낙계에서도 전 정부에 인사들에 대한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을 떠나 제3지대에 있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양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했다는 말은)좀 도를 넘은 말씀이시다”라며 “그렇게 되면 자신이 무능했다고 하는 것을 전직 대통령이나 총리께 전가하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에 조금 더 숙고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우석 기자 d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