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하루 사이 전국에 많은 비가 쏟아지며 피해가 잇따랐다.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밤늦게 정전이 발생해 입주민 400여가구가 2시간가량 불편을 겪었고, 강원 지역에도 최대 100㎜ 넘는 장맛비가 쏟아져 차량이 미끄러지는 등 사고가 속출했다. 특히 밤이 되면서 비구름이 더욱 강하게 발달하고 동시에 예측도 힘든 ‘야행성 물폭탄’이 반복돼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5일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대전 107.9㎜, 충북 보은 107.3㎜, 경북 문경 104.5㎜, 경기 파주 84.2㎜, 서울 77.1㎜, 인천 69.9㎜ 등으로 집계됐다. 경기 연천군에는 122.0㎜ 폭우가 쏟아졌다.
집중적으로 퍼부은 비에 피해가 이어졌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에서는 도로 축대가 유실됐고, 경기 양주시 고읍동의 한 자동차학원 내 옹벽이 일부 무너져 인근 주택 2가구 4명이 일시 대피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인천에서는 모두 19건의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부평구 십정동 빌라 주차장이 침수돼 소방당국이 6t가량 물을 빼냈다. 인근 삼산동 지하차도가 빗물에 잠겨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통제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 계양구 작전동 토끼굴과 남동구 옛 도림고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한때 차량 통행이 차단되기도 했다.
강원 원주시 지정면 광주원주고속도로에서 SUV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져 탑승자 4명이 다쳤다. 원주시 무실동 남원주 나들목 인근에서도 1t 포터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50대 운전자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북도에서는 위험지역의 주민 48명이 인근 마을회관과 경로당으로 급히 몸을 피했다. 대구 군위군 효령면 불로터널 인근 야산에서 난 산사태로 토사가 도로를 덮치며 상주∼영천 고속도로 하행선이 한동안 막혔다.
뱃길도 끊겼다. 기상 악화로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서해에는 인천과 섬을 잇는 14개 항로 가운데 8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차질을 빚었다. 인천 먼바다에는 4m 높은 파도가 일고 초속 12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울릉도∼독도를 오가는 1개 항로 여객선 2척의 운항도 중단됐다.
장마철임에도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나타나며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6일 남부 지방은 낮 최고 35도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7∼8일에는 또다시 장맛비가 내리겠다. 기상청은 7일 새벽부터 제주도, 오전부터 남부지방, 밤부터 충청권남부에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한반도에서 500년 넘게 쓰던 ‘장마’라는 단어가 이제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마는 여름철 오랜 기간 이어지는 비인데, 기후변화로 올해는 폭우와 무더위가 단기간에 오락가락하고 있다. 기상청은 오는 10월 장마 용어 재정립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