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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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평고속道 사업 백지화, 주민들 피해는 안중에 없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 땅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자체가 전면 백지화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제 국민의힘과 당정 협의회를 한 뒤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종점 예정지를 경기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꾼 걸 문제삼아 특혜 의혹으로 몰아가자 극단적인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오랫동안 도로 개통을 요구해 온 지역 주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됐다.

국토부가 2017년부터 추진한 이 사업은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6.8㎞를 왕복 4차선으로 잇는 것이다. 주말이면 두물머리를 찾는 행락 차량이 몰려 혼잡을 빚는 국도 6호선 교통을 분산할 수 있어 양평군과 수도권 동남부 주민의 숙원이었다.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까지 통과한 사업은 지난달 8일 종점이 강상면으로 바뀐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공개되면서 논란에 휘말렸다. 공교롭게 윤 대통령 취임 두 달 후인 지난해 7월 국토부가 양평군에 공문을 보내 노선 변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예타까지 통과한 사업 노선이 뒤늦게 바뀌는 건 이례적이다. 야당이 논란을 키우자 원 장관은 노선 변경 재검토를 지시하고 “늘공과 어공의 차이가 있다”며 공무원의 정무적 감각 부족을 탓했으나 오해를 살 만한 일이었다.

김 여사 일가 땅 주변으로의 노선 변경이 오비이락이었다면 정부로선 억울할 법하다. 그렇더라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정부 사업을 백지화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민들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회의자료와 공문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당당하지 않겠나.

야당의 정쟁화에 따른 전면 백지화 대응은 성급한 결정이다. “김 여사가 선산을 옮기지 않는 한, 처분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 “이 노선이 정말 필요하고 최종 노선이 있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시라”는 원 장관 발언도 다분히 감정적이다. 물론 “김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이라는 원 장관 발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김 여사 관련 사안이라면 무조건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민주당의 과도한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거대 야당이 얼마든지 국회 내에서 정부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추궁할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