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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동물은 물건 아니다” 정치권 공감에도… 법안 2년째 ‘낮잠’ [이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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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일부 개정작업 현주소

여야 원내대표, 처리 합의까지 했지만
법안심사 소위에조차 안건 상정 안 돼

법사위원 응답자 전원 “개정안에 찬성”
처리 시기는 “21대 회기 내” 전망 많아

법원행정처선 ‘사실상 반대’ 의견 피력
“민법에 규정 적절한지 신중 검토 필요”

전문가 “주요국선 수십년째 문제 없어
동물 실효적 보호 위해 개정 서둘러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이 조항을 민법 98조(물건의 정의)에 신설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처리에 합의하면서 결실을 맺는 듯했으나 실상은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 안건으로도 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민법 개정안은 선언적 규정으로 당장 민법 체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론 동물권 향상에 긍정적 토대가 될 전망이다. 이에 세계일보는 2021년 7월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지 2년을 맞아 개정안에 대한 법사위원들의 의견을 설문조사해 법안 통과 가능성과 남은 쟁점들을 살펴봤다.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법사위원 절반, 개정안 ‘찬성’

 

7일 세계일보가 21대 하반기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 18명(더불어민주당 10명, 국민의힘 7명, 시대전환 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한 법사위원 8명 전원은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묻는 질문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같은 취지의 민법 개정안에도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응답자 중 7명은 민법 개정안의 처리 시기를 묻는 문항에 ‘21대 국회 회기 내 처리’라고 전망했다. 이유로는 ‘여야 원내대표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란 점을 들었다. ‘기타’ 의견을 낸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이 다수 차지”라고 답해 야당의 의중에 법안 통과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법사위원장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위원장이 개별 법안에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문에 응답하지 않는 대신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 다만, 관계 부처의 이견이 있으므로 잘 협의해나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민의힘에선 위원장을 제외한 법사위원 6명 중 3명이 응답했다. 민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 법사위원들은 대체로 동물의 법적 지위 향상과 달라진 국민 인식, 동물 학대 등에 따른 양형 기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해 ‘물건이 아니다’라고 응답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현재 우리 법 체계상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것은 확립된 태도다. 그러나 동물을 생명 및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하는 추세로 법적 지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민법 개정안 찬성 이유에 대해 “국민적 의식 변화 및 동물학대 등에 대한 처벌·배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부대 의견 없이 민법 개정안에 찬성하며 동물의 법적지위에 대해서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법사위원도 “법무부의 법안 개정 취지에 공감한다”며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민주당에선 법사위원 10명 중 5명이 응답했다. 법무부가 민법 개정안을 제출한 2021년 당시 장관을 지낸 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민법 개정안에 찬성 의견을 표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동물도 생명보호, 안전보장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권리의 객체인 물건의 범위에 포함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동물의 법적 지위가 달라졌다고 했다. 해당 의원은 개정안 찬성 이유에 대해 “동물에 대한 변화된 인식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동물을 물건으로만 판단하면 증가하는 동물보호·동물학대방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이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개정안 찬성 이유로는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다양한 고찰이 있어야만 형법과 동물보호법 등의 동물학대 및 재물손괴 등 양형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도 부대 의견 없이 민법 개정안에 찬성하며 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물건이 아닌 동물로서의 법적 지위가 필요한 시대"라고 했다. 또 법안 개정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동물보호와 동물의 개념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 큰 의의"가 있다고 봤다. 이번 국회 회기 내 처리를 전망하면서는 “아직 법적 지위와 범위에 대해 명확하지 않아 국회 논의는 갈 길이 멀지만, 동물 그 자체로 보호받길 원하는 국민에게 힘을 주고, 동물학대범에게 경고 신호를 주고자 21대 처리를 희망하는 차원”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당을 밝히지 않은 한 법사위원은 “상징적 규정으로 실효성이 없다 할지라도 인식개선 측면을 고려해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법안 처리 시기로는 21대 국회를 꼽으며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고려”한다고 했다. 그는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이유로는 “1000만 반려인 시대에 '물건' 규정으로 불의의 사고로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단순히 배상으로 끝나고, 학대 등 범죄가 경미하게 징벌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일주일간 개별 의원실에 민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과 개정안 처리 시점 전망 등을 묻는 3가지 문항의 서면 질의서를 보내 응답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헌법기관인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듣기 위해 익명 또는 정당까지만 밝히는 방식으로도 답을 받았다.

◆법원행정처 ‘신중검토’ 최대 걸림돌

 

동물을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한 민법 개정안은 과거 여러 차례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다. 그러다 법무부가 2021년 7월19일 이를 입법예고했다. 당시 법무부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 증가, 동물을 생명체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 동물 학대나 유기 등 문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관심”을 이유로 “국민의 인식 변화를 법 제도에 반영하고, 생명이 보다 존중받는 사회를 견인하기 위해 이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독일(1990년), 오스트리아(1988년), 스위스(2003년), 프랑스(2015년)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연구용역, 전문가 자문, 여론조사 등의 과정을 거쳤다. 또한 사회적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법안이 통과하더라도 법체계상 권리의 객체로 둘 수 있도록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다. 

 

이후 실무 논의가 진행됐지만 지난 정부에선 결국 민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해 11월 여당 지도부 회동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이 법안의 처리를 당부했다. 당시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며 법안 처리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당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법 개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등의 반대 논리가 부각되면서 개정안 처리의 동력이 떨어졌다.

 

동물복지국회포럼에 따르면 2021년 10월 법원행정처는 법사위에 낸 민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조회에서 ‘신중검토’ 의견을 내며 사실상 반대했다. 법원행정처는 통상 ‘신중검토’, ‘충분검토’, ‘입법정책적 결정사항’, ‘수용’ 등으로 구분해 의견을 낸다. 그 이유로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민법상 이분적인 권리 분류체계를 새로운 체계로 변경시킨다는 점, 민법상 물건 개념은 전체 법질서와 연관, 형성 가능성이나 목표 방향만 열어놓는 프로그램적 규정에 그칠 우려, 민법에 이를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무부 안과 같은 취지의 의원 입법안에 대해 2021년 6월 법사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일응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영업상 사육하는 동물이나 야생 짐승 등 다양한 동물이 존재하므로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동물을 물건과 달리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 소유주의 권리 행사나 의무가 어떻게 제한되고 부담되는 것인지에 대한 별도의 규율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전문가, “혼란 없을 것, 동물권 향상” 기대

 

동물권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민법 개정안과 관련해 주요국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수십 년째 작동하고 있는 법체계라며 동물의 실효적 보호와 생명 존중을 위해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대표 권유림 변호사(IBS 법률사무소)는 “민법 개정안은 국민의 공감대와 법의 괴리를 명문화를 통해 좁히는 것”이라며 “동물을 생명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의 시발점이며 향후 세부적 법령이 뒤따르면서 동물의 지위가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동물이 경매 등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고, 이혼 등 재산 분할 시 깊게 고려되지 않는 관행도 바뀔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동물이 생명의 지위를 부여받아야 재난 상황이나 무분별한 안락사 상황에서도 보호받고 존중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민법 개정안 공청회에 참석한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이사 박주연 변호사(법무법인 방향)는 “민법이 개정되더라도 동물의 법적 지위가 곧바로 권리 주체로 승격되는 것도 아니며 당장 형법상 재산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재물’ 범위에서 제외되지도 않는다”며 “비판적 의견이 우려하는 사회적 혼란이나 중대한 변화는 거의 없거나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는 조항에서 나아가 ‘지각력이 있는 생명체’라는 점을 명시해 법적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