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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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고강도 규제 하겠나”…공정위發 ‘온플법’에 속 타는 韓 토종 플랫폼 [심층기획-‘초거대 AI’ 시대의 도래]

공정위, 조만간 법 제·개정 발표 예정
사전 규제로 과징금 부과시간 등 단축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엔 통할지 의문”

초거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외국과 달리 국내 토종 플랫폼 업체들은 조만간 현실화할 경쟁당국의 독과점 규제 방안 발표를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6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말 개최한 ‘독과점 규율 개선 전문가 태스크포스(TF)’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조만간 법 제·개정 여부와 주요 방향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대형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독과점 지위 남용에 따른 각종 폐해를 바로잡기 힘들다고 보고 있는 만큼 강도 높은 규제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은 반칙 행위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통한 경쟁 과정에서 담금질돼 만들어지는 것”이라면서 독과점 규제 강화 정당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갑을’ 문제는 자율규제 방침을 유지하지만 독과점 문제만은 엄정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일부 대형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 자사 우대 금지 등 사전적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한 규제안으로 거론된다. 사전 규제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하다. 이런 사전 규제 방식을 취하면 플랫폼 업체가 독과점 지위를 남용했을 때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폭 단축될 수 있다. 시장에서 플랫폼 업체가 독점 지위를 고착화해 여러 부작용이 불거진 뒤에야 제재가 이뤄지는 ‘뒷북’ 대응이 최소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반칙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안이 도입되면 플랫폼 산업이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EU의 규제 자체가 자신들의 플랫폼 업체 성장을 돕기 위해 미국 플랫폼 기업을 견제하는 목적이 상당 부분 담겨 있는데, 이를 참조하는 건 우리 시장 상황과도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빅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에게 공정위의 고강도 규제가 현실적으로 가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대형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자국 기업에만 적용될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