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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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에가 왜 거기에? 논란의 WHO 발암물질 [미드나잇 이슈]

알로에베라 전잎, 대장암 위험 높일 수도
매일 뜨거운 음료 마시면 식도암 발생률↑
가공하지 않은 붉은고기, 발암 물질 2A군
아시아식 절임 채소 염분 높아…위암 위험

지난 40년간 ‘안전한 설탕 대체제’로 널리 쓰여온 아스파탐이 오는 14일 세계보건기구(WHO)의 발암물질 분류에 포함된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WHO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발암 물질을 4가지(1, 2A, 2B, C)로 분류하는데, 아스파탐은 이 중 세번째에 해당하는 2B(발암 가능성 있음)에 포함될 것으로 예고됐다.

 

그런데 아스파탐을 계기로 IARC의 발암 물질 분류가 관심을 받으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항목들이 덩달아 조명받고 있다. 인체 발암 위험성이 확인된 1군 외에도 암을 일으킬 것으로 추정되는 2A군,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2B군에는 의외의 것들이 포함돼 있다.

 

다만 IARC의 발암 물질 분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며, 정확한 위해성 확인을 위해 추가적인 연구와 검증이 필요한 경우가 대다수다. 커피의 경우 1991년 2B군에 포함됐다가 다양한 인체·동물 실험을 거친 재평가 끝에 2016년 3군(인체 발암성 미분류)으로 바뀌었다.

세계보건기구(WHO) 로고. AFP=연합뉴스

◆알로에 베라 전잎-2B

 

알로에는 피부를 진정, 재생시키는 기능이 있어 다양한 화장품 제품에 쓰인다. 또 섭취하면 위장을 튼튼하게 만들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약용으로 널리 쓰였다.

 

이런 알로에베라가 2016년 발암 가능성이 있는 2B군에 포함됐다. 리스트에 오른 정확한 명칭은 ‘알로에 베라 전체 잎 추출물’(Aloe vera, whole leaf extract)이다.

 

알로에 베라 전잎은 껍질과 속을 채우고 있는 겔, 그 사이에 위치한 노란진액(라텍스)으로 나뉜다. 

알로에. 게티이미지뱅크

IARC에 따르면 알로에베라 전잎 추출물을 2년간 쥐에 투입한 결과 대장암 발생이 증가했으며 장관막림프절, 소장 등 비대증과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텍스에 함유된 특정 물질이 장내 세균으로 인해 발암물질로 변화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IARC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여러 동물실험에서 문제가 야기 됐다며 알로에 베라 전잎을 발암 가능성 물질로 지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위험 성분을 제거하는 과정(탈색)을 거치지 않은 알로에 베라 전잎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탈색 여부를 알로에 제품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알로에 베라 전잎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등록되었다가 지난해 삭제됐다. 현재 알로에 제품에는 ‘어린이, 임산부 및 수유부는 섭취를 피할 것’ 등 섭취 시 주의사항을 명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알로에 베라 전잎의 위해성은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국내외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발암 가능성 때문에 알로에 섭취나 피부 사용이 부담스럽다면 전잎이 아닌 겔만 사용한 제품을 선택하거나 전잎 추출물 중에서도 탈색을 거친 것을 고르는 것이 좋겠다.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2A

 

한국인은 예로부터 뜨거운 국, 탕, 찌개를 즐겨 먹었고 지금도 차, 커피, 코코아 등 따뜻한 음료를 후후 불어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뜨거운 음료가 인체 발암 추정 물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IARC는 2018년 ‘65도 이상의 매우 뜨거운 음료’(Very hot beverages at above 65 °C)를 발암 물질 리스트 2A군에 포함했다. 

 

IARC 연구팀은 커피와 마테차의 음용 자체가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찾지는 못했지만, 뜨거운 음료를 마시는 것이 식도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뜨거운 차를 마시는 중국, 이란, 터키, 남미 등 지역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음료 온도에 따라 식도암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IARC는 “식도암의 주요 원인은 흡연과 음주이지만 매우 뜨거운 음료(65도 이상)를 자주 마시는 아시아, 남아메리카, 동아프리카 등 지역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면서 충분한 근거로 보기는 어렵지만 뜨거운 음료가 식도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식도는 위장과 달리 보호막이 없어 쉽게 화상을 입고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뜨거운 음식이나 음료를 먹으면 식도에 염증이 생겼다가 낫기를 반복하는데, 이는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세포로 바뀔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도 이상의 차를 하루 70mL씩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식도암 발병 위험이 90% 더 높다는 해외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식도암 예방을 위해서는 자체 성분에 위해성이 없는 음식이나 음료라도 65도 이상의 뜨거운 온도로는 섭취나 음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붉은 고기-2A

 

소시지, 햄 등 가공육류가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가공육은 장기간 많이 섭취할 경우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져 2018년 IARC 발암물질 분류 1군에 등록됐다.

 

그런데 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 가공하지 않은 ‘붉은 고기’(red meat)도 동시에 발암물질 2A군에 이름을 올렸다.

 

IARC에 따르면 붉은고기에 함유된 특정 물질이 장에서 분해될 때 형성되는 화학 물질이 장 세포를 손상해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공육이 소화될 때도 동일한 화학물질이 형성되는데, 가공육에는 보존을 위한 첨가제가 추가로 들어있어 암 발생 위험을 더욱 높인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붉은고기가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하루 섭취량을 얼마나 제한해야 하는지는 WHO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WHO는 “매일 가공육을 50g씩 섭취할 때마다 대장암 위험이 약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붉은고기 섭취와 관련된 암 위험을 추정하기는 어렵다”면서 “가공육과 마찬가지로 붉은고기도 심장병, 당뇨병 및 기타 질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안전한 수준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결론은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암 관련 질병 예방 활동을 펴고 있는 호주의 비영리단체 캔서카운슬은 “암 예방을 위해서는 붉은고기를 하루 1인분(날고기 90∼100g·익힌 고기 65g) 이상 섭취하지 말고 일주일에 3∼4회에 걸쳐 2인분 이하로 섭취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절임 채소-2B

 

IARC의 발암 물질 분류 2B군에는 1993년 포함된 ‘아시아 전통 방식 절임 채소’(Pickled vegetables(traditional Asian))가 있다. 

 

IARC는 한·중·일 코호트조사 결과 절인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이 섭취하지 않거나 최소한 섭취한 사람보다 식도암과 위암의 위험이 50%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고유의 절임 채소 식품이 있지만 염도가 비교적 낮은 일본 보다는 절임 채소를 식단에 필수적으로 포함하는 중국 일부 지역과, 김치를 즐겨 먹는 한국에서 위암 발생이 위험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김치. 게티이미지뱅크

IARC는 염도 높은 식품의 섭취가 위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채소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위암 발병 물질이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절인 음식이 다른 암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도쿄 국립암센터는 2010년 나트륨과 소금에 절인 음식이 암과 심혈관질환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보다 앞선 2005년에는 절인 채소나 생선을 주로 먹는 사람들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B군에 속했다는 것은 절임 채소가 암을 발생시킨다는 증거가 충분한 상황은 아니지만 일부 연구를 통해 가능성은 증명됐다는 의미다. 따라서 위암과 식도암을 포함한 각종 암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싶다면 절인 음식 섭취를 줄이거나 소금을 적게 넣고 만들고, 염장 후 발효·보관 과정에서 유해한 물질이 생성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한국인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21년 기준 3038㎎으로 WHO 권장량(2000㎎)의 1.5배다. 식약처는 2025년까지 이 숫자를 3000㎎ 이하로 줄이기 위해 저염 실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