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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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에 6000원, 편의점 도시락보다 싸다” 손 떨리는 밥값에 구내식당 찾는 사람들 [김기자의 현장+]

점심 한 끼 6000원…분식집·편의점 도시락 보다 싸
치솟는 외식물가에 외부인에 개방 구내식당들 인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어져 부담 가중
물가가 치솟으면서 외식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지난 6일 서울역 구내식당이 점심식사를 하려는 직장인들이 늘어 나고 있다. 

 

“작년만 해도 9000원대 맛집 찾아다니면서 한 끼 해결했다. 이제는 찾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식당마다 1000~2000원 인상은 기본. 먹을 만 한곳은 1만1000원~1만3000원 대. 겁나서 사먹겠어요?”

 

지난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 구내식당 입구에서 대기중인 직장인 이(41)모 씨가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점심시간이면 회사 인근의 용산역 구내식당을 찾아 점심을 해결한다고 했다. “오늘 점심은 뭘 먹지?”라는 회사 동료들과 고민거리도 덜 뿐만 아니라, 껑충 뛴 점심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뛰는 물가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현실적인 선택라고 했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외식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지난 6일 용산역 구내식당이 점심식사를 하려는 직장인들이 늘어 나고 있다. 용산역 구내식당 정식 코너 가격은 6000원. 이날 정식코노 메뉴는 코너는 동태무조림·쌀밥·시락국·느타리호박볶음·연근조림·포기김이.
물가가 치솟으면서 외식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지난 6일 용산역 구내식당이 점심식사를 하려는 직장인들이 늘어 나고 있다. 용산역 구내식당 일품 코너 가격은 6000원. 이날 일품코너 메뉴는 햄마요덮밥·시락국·연근조림·오복지무침·포기김치.

이날 오전 11시40분쯤 용산역 구내식당을 찾아가 보니 금세 10여 명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식당 안은 식판을 든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고, 식당 입구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하기 위해 대기 줄이 늘어나고 있었다.

 

먹거리 물가는 지난해부터 뛰면서 외식 물가는 오름세를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가스 등 인상과 더불어 구인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더해 밥값을 하루가 멀게 뛰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치솟는 물가 상승으로 “밥값이 무섭다”라는 한숨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서울역 구내식당 앞에 점심을 먹으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지난 2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소비자가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 중 서울에서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외식 메뉴는 김밥·자장면·칼국수·김치찌개 백반 4가지뿐이다. 냉면은 지난해 4월, 비빔밥은 올해 1월 각각 1만 원을 넘겼다.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117.43으로 전월(117.15)보다 0.2% 올랐다. 2020년 12월 이후 30개월 연속 오름세다.

 

일반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 하려면 1만 원 안팎을 써야 하지만, 용산역 구내식당은 6000원(외부인 기준)으로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장인들도 구내식당 이용 등 점심값 줄이기 행렬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6000원의 저렴한 비용뿐만 아니라 자율배식, 이동시간 최소화 등 다양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용산역 구내식당 장점은 '자율 배식'. 원하는 만큼의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다.

 

이씨 직장동료 김(39)모 씨는 “혼자 왔다면 어색하기도 했겠지만, 동료들 함께 와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자주 찾는다”며 “또 남는 점심시간 30~40분 동안 시원한 용산역 파크몰을 찾아 원도쇼핑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김(51)모 씨도 “우연히 블러그를 통해 용산역 구내식당을 알게 된 후부터 여기만 온다”며 “용산역 식당가 가격의 최소 1만1000원부터 시작인데, 일반 식당 가격의 두배 차이가 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내식당 유리창 넘어로 용산역 대합실이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30분쯤 서울역 구내식당도 찾아가 보았다. 용산역에서 1호선 지하철로 두 정거장인 서울역 구내식당이 있는 4층으로 찾아갔다. 식당 입구 키오스크 앞에 직원 및 여행객·일반인뿐만 60대~70대 보이는 중년 노인들도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 안은 식판을 든 사람들로 긴 줄이 형성됐고,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 서울역 구내식당 입구에서 주문하던 강모(67)씨는 인근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라며 일주일에 3∼4번은 이 구내식당을 찾는다고 했다. 강씨는 “한 끼 정도는 든든하게 먹고 싶고, 집에서는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외출하는 겸 해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6일 오후 12시30분쯤 서울역 구내식당을 찾은 직원 및 인근 회사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서울역과 용산역 구내식당은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지만, 매일 조금씩 메뉴가 다르다는 점도 발길을 잡고 있다.

 

직장인 지모(32) 씨는 “질도 좋은 메뉴에 6000원 가격에 양껏 먹을 수 있다”며 “채소와 샐러드도 먹을 수 있다”고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계속되면서 월급이 늘어도 주머니 사정 녹록지 않다. 흔히 분식집에서 ‘라면+김밥’으로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도 1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등 외식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관공서 구내식당 이용하기 ▲도시락 ▲편의점 이용 등으로 해결하기 등 직장인들의 점심 문화도 바뀌고 있다.

 

6일 오전 11시30분쯤 용산역 구내식당을 찾은 직원들이 메뉴를 고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정(38)모씨는 “식단 가격 6000원이다”며 “이 가격에 분식점이나 편의점 가도 먹기 힘든 가격”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내식당 한 관계자는 “찾기도 힘든 곳인데도 어떻게 알고 오는지”라면 “요즘 들어쩍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