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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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의사난’… 의료 붕괴 우려 목소리

전세계 ‘의사난’… 의료 붕괴 우려 목소리

고령화 가속에 의료 수요 급증
美 LEK 컨설팅 “의료 종사자
2030년 1000만명 부족” 전망
英, 의대정원 두배 확대 ‘파격’
美, 보건의료 인력 양성 지원

세계 주요국 곳곳에서 의사 부족 문제로 의료시스템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의료 붕괴는 인구 노령화 대처 불가 등 사회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 부족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관련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의사는 비싼 학비와 긴 수련 기간이라는 부담 탓에 국가와 사회가 ‘작정하고’ 양성하지 않으면 늘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직군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2010년대 이후로 고령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의료 수요가 크게 늘었다. 공급에 한계가 있는 직군이 수요까지 많이 늘어났으니 의사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의사 부족이 급격한 ‘위기’ 상황으로 번졌다.

컨설팅기업 LEK 컨설팅은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의 의료 종사자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금 당장 긴급하고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별로 의료환경이 다르기에 의사 부족의 세부적인 원인은 조금씩 다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공공의료시스템 중심인 유럽은 정부의 긴축 예산 등이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이어지며 시스템이 무너져 의사들이 현장을 떠난 영향이 크다. 반면 미국은 완전한 민간 경쟁 체제 속 꼭 필요한 의료 분야에 필요한 만큼의 인력이 충원이 안 되는 구조적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에서 주요국은 자국 현실에 맞는 대응 방안을 속속 발표 중이다. 영국은 2019년부터 시작된 의료 개혁인 ‘NHS(국민보건서비스) 잉글랜드’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7일 파격적인 인력 확충 계획을 내놨다. 의대 입학 정원을 두 배로 늘리고, 부담이 적은 새로운 수습 제도를 도입하며, 의학 학위 취득 기간을 5년에서 4년으로 줄이는 논의를 시작하는 게 골자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한 병원의 자가면역질환 연구소에 방문한 카밀라 영국 왕비의 모습. AFP연합뉴스

의사 수를 엄격하게 제한했던 프랑스도 직면한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2020년 9월부터 의대생 숫자 제한을 풀었다. 이를 통해 훈련된 의사 수를 장기적으로 20% 이상 증가시키는 것이 목표다.

인구 1만명당 의사 6명의 심각한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외국인 의사의 진료 허용 기간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의사가 되기 위한 개인의 부담이 특히 심한 미국은 연방보건자원·서비스국을 중심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층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보건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장학금·학자금 대출 상환 프로그램, 의료 소외지역 소재 전공의 수련 보건소에 예산을 지원하는 보건소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등이다. 다만, 미국은 민간의료 중심 경쟁체제 속 의사들이 돈이 되는 진료과에만 지원하며 공공의료가 붕괴한 영향이 커 지원 중심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진한 국장은 “미국과 상황이 비슷한 한국도 단기적으로는 대형 병원 필수과에 적정 숫자 전문의를 유지하도록 하는 등 법적 강제 장치를 통해 분포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의사 수 확충이 필요한데, 특히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도 젊은이들이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필웅·이예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