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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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관위 직원들이 민간위원에 돈 받아 골프치고 여행 갔다니

감사원이 어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128명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으며, 노정희·노태악 대법관 등 전·현직 중앙선관위원장이 매달 수백만원의 위법한 수당을 받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중앙선관위와 각급 지방선관위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20대 대선 당시 일명 ‘소쿠리 투표’ 논란을 계기로 지난해 9∼11월 실시된 감사원의 선관위에 대한 기관 감사 결과다. 현재 감사원이 조사 중인 특혜채용 의혹과 별건이다.

 

감사원은 35개 시·군·구 선관위 소속 직원 중 일부가 2017∼2022년 비상임 명예직인 시·군·구 선거관리위원들에게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여행을 가거나 골프를 치고, 선관위원이 제공한 금품 중 일부가 선관위 직원의 전별금과 회식비로 사용된 사례를 적발했다. 이런 방식으로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선관위 직원이 128명이라니 할 말을 잃는다. 감사원은 “지방 선관위원은 현직 법관 출신인 위원장을 제외하곤 모두 별도의 직업을 가진 비상임 위원”이라고 했다. 선관위 직원이 민간 선관위원에게 일종의 향응을 제공받아 법을 위반했다는 의미다. 선관위는 “격려금 차원에서 지급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선관위 조직 성격과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행위로 보는 게 마땅하다.

 

이번 감사에선 비상임 중앙선관위원장과 중앙선관위원에게 회의 수당 및 실비 외에 매월 200만원이 넘는 수당을 관행적으로 지급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급된 월정액 수당은 6억5159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사퇴한 노정희 전 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의 경우 재임 기간 매월 290만원씩을 받아 갔다고 했다. 감사원은 “이런 수당 지급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고, 선관위도 올해부터 관련 수당 지급을 중지했다.

 

전체 직원이 3000명이나 되는 선관위는 모든 시·군·구에 조직을 갖고 있다. 이런 거대 조직에서 투표용지를 소쿠리 등에 담아 옮기고 이미 기표된 용지를 나눠주는가 하면, 참관인도 없는 상태에서 투표함에 용지를 넣는 일이 빚어져 국민들은 경악했다. 최근에는 간부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감사 결과는 선관위가 복마전 조직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런 선거관리 상설 기구가 과연 필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관위는 구성원들의 높은 윤리의식과 공정성이 어떤 공적 기구보다도 더 요구되는 조직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선관위 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