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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이상? 홀로서기? 北, 김정은 사진 공개 못할 이유 있나

북한이 최근 노동신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 없이 기사만 내보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기사만 게재하고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어서다. 건강이상부터 조부 김일성 주석과 거리두기라는 분석까지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8일자 신문에서 김 국무위원장이 북한에서 고 김일성 주석을 모셔놓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하면서도 김 위원장이 참배하는 사진은 싣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북한 내에서 주민들이 보는 매체다. 또다른 주민 매체인 조선중앙TV에도 관련 영상이 나오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위대한 수령님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을 안고 각계층 인민들이 만수대언덕으로 끝없이 오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김일성 주석 사망 29주기를 맞아 추모 분위기를 고조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을 오랫동안 분석해온 전문가들은 이를 이상징후, 또는 특이동향으로 보고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동아시아협력센터장은 9일 세계일보에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는데 기사만 실리고 사진이 실리지 않았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 센터장은 “앞서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이나 당중앙위원회 8기 8차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동안에 김 위원장이 중요한 발언 한마디 안 한 것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상황을 주시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7월 27일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진행되는 동안 김 위원장이 말 한마디 안하고 지켜만보는 모습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건강이상 징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 사회에서는 건강이상설을 중병설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김 위원장이 일절 발언도 하지 않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는 상화에서 중병은 아니라고 해도 약간의 건강이상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0일 경기도 안성 하나원에서 열린 언론공개 행사에서 이번 노동신문의 김정은 사진 무게재 관련 판단을 묻는 질문에 “면밀하게 좀더 지켜봐야 확실한 평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0일 개원 24주년을 맞은 하나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권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 자체도 굉장히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사진이 게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관련 부처에서 다같이 하는 평가로는, 아직까지 일을 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족력에 있어서 순환기계통에 문제가 있고, 나이가 40정도라곤 하더라도 키 1미터 70에, 몸무게가 140킬로그램 정도인데다, 담배도 많이 피우고 술도 많이 마시는 걸로 알려진 상황에서 건강이 그렇게 좋을 거라고 보지는 않지만, 그러나 일을 못할 정도의 건강 상태에 있는 건 아니라는 게 아직까지의 평가”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리더십 변화 차원으로 보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보다 할아버지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선전술을 즐겨 써왔다. 주민들이 김일성 시대에 가진 향수를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되곤 했다. 하지만 집권 10여년이 됐고, 딸 김주애까지 대동하고 공개행보를 하는 등 김정은 리더십을 대외에 선전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기도 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사망 29주기를 맞아 북한 주민들의 추모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참배는 하고 사진은 공개하지 않은 것이 ‘적절 수준으로 대응’하는 차원으로 봤다. 양 교수는 “이례적인 것은 맞고, 지도자 우상화 임무를 맡고 있는 김여정, 현송월 판단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거나 동영상을 공개 못할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사진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만큼 그럴 가능성은 낮으며, 선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의도”라는 데에 더 힘을 실었다.

 

양 교수는 “너무 선대에 의존하는 이미지 줄 수 있다는 점을 되돌아보는 중일 수 있다”며 “참배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려 적절한 예는 갖추되 사진은 빼서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이런 홀로서기 시도에 대한 주민 반응, 여론을 떠보는 탐색전”이라고 분석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