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빌보드가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사진)에서 현지 K팝 팬들이 많이 사용하던 아티스트 공식 홈페이지를 차트 집계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이에 가요계는 빌보드가 K팝에 대한 ‘문턱’을 높인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빌보드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 차트 예고 기사를 통해 D2C(Direct-to-consumer·소비자 직접 판매) 사이트를 차트 집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D2C 사이트란 ‘방탄소년단(BTS) 오피셜(www.bts-official.us)’이나 ‘테일러 스위프트 오피셜 스토어(store.taylorswift.com)’처럼 특정 아티스트 측이 자신의 음반·음원만 판매하는 공식 온라인 스토어다. 일반적으로 공식 홈페이지(공홈)로 알려져 있다.
‘핫 100’ 차트는 △음원과 공식 (뮤직) 비디오 스트리밍 △라디오 에어플레이 △실물 싱글 음반과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량 데이터를 합산해 산출된다. 다만 아티스트 측은 공홈을 통해 디지털 싱글을 1달러 미만으로 싸게 팔거나, 재킷 이미지를 바꾼 새 버전을 내놓고, 리믹스 버전을 판매하는 등 ‘핫 100’ 차트를 겨냥해 디지털 싱글 다운로드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BTS 말고도 블랙핑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 키즈, 세븐틴, NCT 등 빌보드에서 성과를 낸 어지간한 K팝 스타들은 이 같은 미국 공홈을 보유하고 있다. K팝 팬들도 상대적으로 약한 스트리밍과 라디오 에어플레이 대신 공홈을 통한 음원 다운로드에 힘을 집중했다.
따라서 빌보드가 갑작스레 이달부터 공홈을 차트 집계처에서 빼 버린 것은 K팝 아티스트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빌보드는 최근 몇 년간 다운로드 관련 규정을 계속 강화해왔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빌보드가 미국 음악 시장의 중심이 스트리밍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팬덤 다운로드로 ‘핫 100’ 1위를 차지하는 사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며 “K팝 업계도 이에 대응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