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고 박 전 시장과 경기고 동기이기도 한 김수진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가 “나도 여제자를 가르치면서 손목도 잡고, 사제 간 정을 나눴다”며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중상모략’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앞서 9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박 전 시장 3주기 당시 자신이 읽었던 추도사 전문을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글을 올려달라는 요청들이 좀 있고 또 다른 곳에 공유도 되고 있길래 직접 올린다”며 “추도사 내용과 관련한 어떤 토론도 사양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추도사에서 “너의 마지막 결단을 둘러싸고 수많은 억측과 비난과 중상모략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네 삶의 중요한 굽이마다 네가 내렸던 결단은 오로지 너 자신의 냉정한 판단과 선택의 결과였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너에 대한 이와 같은 비난이 새삼스럽지도 않으며 또 이런 일로 네가 크게 상처받지도 않는다는 것을 난 잘 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나도 여학교 교수직을 수십 년 해오면서 무수히 많은 여제자를 가르치고 길러냈는데, 나를 스승으로서 사랑하고 따랐던 제자들이 당연히 많았다”며 “이들과 손목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도 하고, 또 국내외에서 학위도 받고 취업도 하게 되면 얼싸안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제 간의 정 나눔이지 여기에 무슨 도덕적 윤리적 일탈이 개입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개 교수가 그러했는데 수천수만 지지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 온 너에게 그야말로 저열한 주홍글씨가 제대로 씌어질 리가 없잖니”라고 했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서는 “3년 전 네가 내렸던 최후의 결단 역시 오직 너이기 때문에 내릴 수 있었던 선택과 결단이었다”며 “누구보다 자신에게 추상같이 엄격하고 또 당당하려 했던 인간 박원순 평생에 걸친 삶의 자세가 고스란히 응축된 결단, 결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당당하기 위해서 주저 없이 내린 결단이었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너를 에워싸고 계신 문익환 목사님, 백기완 선생님, 김근태 선배, 조영래 형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너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온 이 시대의 사표요 선구자”라고 했다.
한편 김 교수의 이 같은 주장에 국민의힘은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이자 반인권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추악한 성범죄마저 미화하는 자칭 운동권 세력의 몰염치, 내로남불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박 전 시장의 추악한 민낯은 문재인 정권의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성추행이 있었다’고 판단했으며, 법원 또한 인정한 객관적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9일 박 전 시장의 3주기 추모제가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묘역에서 열렸다. 이번 추모제는 지난 4월 박원순 전 시장의 묘소가 경남 창녕군에서 모란공원 남양주시 민주열사 묘역으로 이장된 후 첫 기일에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