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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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 레미콘 타설”…GS건설 안전불감증 논란 [사사건건]

지난 11일, 호우주의보 속 콘크리트 타설 진행
건설사 측 “시간대 나눠 빗물 섞이지 않게 조치”
전문가 “우중타설, 콘크리트 강도 떨어뜨릴 수도”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1일 GS건설이 서울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중타설이 콘크리트 강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입주예정자들은 부실공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12일 서울 동대문구청에 따르면 전날 구청에는 GS건설의 우중타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복수의 민원이 접수됐다. 자신을 휘경자이 예비 입주민으로 소개한 한 시민은 “기상청에서 서울 동북권에 호우주의보 발령하고 휘경동에 엄청난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GS건설이 레미콘 타설을 진행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지속적으로 장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목격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시일을 우중타설해온지 알 수 없다”며 “GS건설에 작업 중지 명령 내리고 안전 정밀 검사 실시해달라”고 구청에 요구했다.

 

다른 입주예정자도 “비가 내리는 날 콘크리트를 타설할 경우 강도가 떨어지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GS건설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하고 있다”는 민원을 넣었다. 그는 “최근 발생한 검단 신도시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 중 하나로 부실한 콘크리트 강도가 지목된 바 있다”며 “오늘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날 타설된 콘크리트로 인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화정(광주 화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검단(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과 같은 붕괴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부실시공 예방을 위한 긴급 점검과 대책 마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GS건설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던 만큼 시민들은 부실공사에 대한 우려가 커져있는 상태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는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점검 결과 설계 단계부터 감리·시공까지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며 “이 중 사고 부위의 콘크리트 강도가 설계 기준 강도(24MPa)보다 30%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GS건설 측은 시간대별로 나눠 비가 오지 않을 때 타설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 11일) 오전 9시20분부터 10시30분까지 비가 소강상태라서 타설을 진행했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비가 또 덜 와서 타설을 완료했다”며 “펌프카 주변에 천막을 덮어서 레미콘이 운송하는 동안 빗물이 섞이지 않도록 현장에서 조치도 취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건설 현장 모습. 독자 제공

전문가들은 우중타설은 콘크리트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건설사의 ‘안전불감증’을 꼬집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는 “장마철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물이 더 들어가게 돼서 강도가 떨어진다거나 콘크리트 균열이 발생하는 등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안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책임기술자 승인 하에 천막을 씌워놓고 작업할 수는 있지만, 면적이 넓으면 천막을 연결하는 부분에 물이 고여서 빗물이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고 그게 결국 부실공사가 된다”고 덧붙였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 교수도 “레미콘은 물을 필요한 만큼만 넣어서 만든 건데 빗물이 더 들어갈 경우 콘크리트가 약해진다”며 “타설작업을 시작한 다음에 비가 오면 물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도록 가림막을 쳐야하고,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하면 아예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