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입원환자 내보내고 수술·외래진료 취소… 필수인력 남긴다지만 불안 확산 [반복되는 정치파업 논란]

불안 확산하는 의료현장

전국 상급종합병원 20곳 파업
참여복지부·병원장들 긴급상황점검 회의

보건의료노조가 13일부터 역대 최대 규모로 총파업에 돌입하면 의료현장의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총파업을 앞두고 이미 몇몇 병원들은 입원환자들을 내보내고 수술과 외래진료 일정을 취소하는 등 진료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노조는 환자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필수인력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퇴원한 입원환자들이 질환이 악화돼 응급실로 몰리면 필수의료 쪽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암 환자 집중 치료 기관인 경기 고양시의 국립암센터는 13, 14일 예정된 수술 약 120건을 취소했다. 이틀간 예정된 외래진료 2000여건도 다음 주로 일정을 미뤘다. 국립암센터 직원 2200명 중 1100명이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 의료인력의 절반이 파업에 참여하면 수술실과 입원실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센터가 보유한 500병상 중 180병상만 남기고 320명의 입원환자도 차례로 퇴원시키고 있다.

불안한 환자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부터 이틀간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12일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입원 환자들이 로비에 설치된 총파업 선전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원래라면 입원했을 환자가 응급실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암 환자의 경우 해당 환자의 상태를 잘 모르는 다른 병원이 치료를 맡기 어렵기 때문에 센터 응급실로 찾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국립암센터는 입원환자들을 거의 전원시키지 않았다. 응급실 등에 평상시처럼 필수인력을 유지하더라도 파업 여파로 환자가 몰리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환자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서 원장은 “국립암센터는 공공기관이어서 노조의 요구를 자의적으로 들어줄 수 없다”며 “협상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당장 다음 주부터 정상근무가 가능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립대병원인 부산대병원 본원과 양산부산대병원도 중증 환자와 산모 등을 제외한 모든 입원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길 방침이다. 두 병원 모두 다른 곳보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비율이 높은 편이다. 다른 대형병원들은 상황을 주시하며 파업이 이뤄질 시 인력배치로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외래진료가 연기되는 등 일부 환자들의 진료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파업에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20곳이 참여를 예고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파업 전까지 협상을 잘 마무리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며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필수인력을 유지해 의료 서비스에는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안암병원과 구로병원도 인력 공백으로 진료에 차질이 생기면 대체 인력 등을 투입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상급종합병원장들과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총파업으로 인한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입원환자 전원 등이 필요한 경우 지역 내 의료기관과 협력해 환자 치료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