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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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노인 공짜라는데"…대중교통 요금 올리는 '부자 도시' 울산

울산 남구 두왕동에 사는 이모(75)씨는 최근 대구에 있는 지인을 만나러 다녀왔다가 불만이 생겼다. 울산에는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해주는 노인복지혜택이 없어서다. 대구에선 지하철도, 시내버스도 노인은 요금을 내지 않았다. 지하철을 탄 뒤 시내버스로 환승하는 것도 무료였다.

 

이씨는 “돈을 안 내길래 놀라 물어보니 지인이 ‘울산은 부자도시인데 이런 거(경로무임승차제)도 없냐’고 했다. 자존심이 상하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부산에 사는 친구도 지하철을 무료로 탄다더라. 영남권에 있는 광역시 중 울산에 사는 노인만 대도시에 살면서도 이런 복지 혜택을 못 받는다”며 “그런데 요금까지 더 올린다고 하니 복장이 터진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시내버스 요금은 다음 달 초부터 최대 19.6% 인상된다. 울산시가 최근 열린 물가대책위원회에서 이 같은 ‘시내버스 요금 조정안’을 가결한 데 따른 것이다.

 

12일 조정안을 살펴보면, 인상률이 19.6%로 가장 높은 건 시내버스 요금. 성인 교통카드 기준 1250원이던 요금이 1500원으로 오른다. 좌석버스는 2080원에서 2300원(10% 인상)으로, 리무진버스는 3500원에서 3900원(11.1%)으로 각각 인상한다. 지선버스는 900원→1000원(11.4%), 마을버스는 880원→1000원(13.8%)으로 요금이 오른다. 울산지역 시내버스 요금 인상은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2019년 한 차례 요금 조정이 검토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임금 및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운송원가 상승과 시내버스 재정지원 효율화를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시가 지난해 울산지역 7개 시내버스업체 등에 인건비와 유류비 명목으로 보전해준 재정지원금은 1180억원. 버스업체 지원금액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요금 인상이 필요했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적자재정 지원의 증가를 만회하기 위해 시민 부담을 늘리려 한다”며 “버스회사가 비용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버스요금을 시작으로 가스, 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남권에 있는 광역시 3곳 중 노인을 위한 대표적 복지로 꼽히는 ‘경로 무임승차제’ 혜택이 없는 건 울산 뿐이다. 대구는 이달부터 도시철도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어르신 대중교통 통합 무임 교통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 75세 이상 노인이면 ‘대중교통 통합 무임 교통카드’를 발급받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부산시도 65세 이상에게 도시철도 무임승차 혜택을 주고 있다. 

 

울산시는 경로할인이나 경로무임승차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다른 대도시와 달리 울산에 도시철도가 없고, 65세 이상에게 무임승차제를 시행하면, 연간 약 1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계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재정문제가 가장 주된 이유다. 향후 트램이 생기면 관련 법에 따라 경로 무임승차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현재 시내버스 재정지원도 많은 상황에서 쉽사리 도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