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퀴어축제와 관련, 홍준표 대구시장이 퀴어단체와 대구경찰청장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주최 측과 대구경찰청장이 공모해 불법 도로점거와 교통방해를 했다”며 그 취지를 밝혔지만, 경찰 내부에선 대구경찰과 홍 시장 간의 알력싸움이란 비판이 나온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주최 측과 시민단체는 명백한 차별행정이라며 향후 수사과정에서 홍 시장의 과도한 행정력 행사에 대해 시비를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와 퀴어축제 측의 갈등이 올해도 번졌다.
홍 시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퀴어단체와 대구경찰청장이 공모해 판결문에도 없는 도로점거를 10시간이나 하면서 교통방해를 하고 이를 긴급 대집행하려는 시 공무원 3명을 다치게 한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대구시가 문재인 정부 시절 도로 불법점거 집회, 시위와 일상화를 바로잡고자 추진했던 일이 대구경찰청장의 무지로 이런 사태가 오게 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법·떼법이 일상화되는 대한민국이 되면 사회질서는 혼란스럽게 되고 국민과 시민 불편은 극에 달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나라의 집회 시위 질서를 바로잡고 불법·떼법 시위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축제 조직위와 대구참여연대도 전날 “대구시와 홍 시장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고,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구시와 홍 시장이 집회를 방해해 퀴어문화축제가 유·무형적 손실을 입었다”며 국가나 지방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도 예고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17일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도로 사용과 관련, 적법성 여부를 놓고 경찰과 대구시 공무원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대구경찰청은 “법원 판결에 따른 적법한 집회”라며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경찰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홍 시장은 “도로 점거 자체가 불법”이라며 대구시 공무원들을 동원해 부스(공간) 설치를 막는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공무원들을 밀어내는 대치 상황이 10여분간 이어졌으며, 일부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경찰은 대구시 유튜브에 홍 시장의 개인 업적을 홍보하는 영상물을 게시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이를 두고 홍 시장 측이 보복수사라는 주장을 제기하며 갈등이 일촉즉발 국면으로 심화했다. 경찰은 예정된 수사라는 입장이지만, 시청 안팎에서는 퀴어축제 관련 ‘도로 점용’을 둘러싼 홍 시장과 경찰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들이 나왔다.
경찰 내부에선 이번 홍 시장의 고발을 두고 대구경찰과 홍 시장이 알력싸움을 하고 있단 비판도 나온다. 경찰청의 한 고위간부는 “법원이 16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고, 대구퀴어축제는 17일 열렸다”며 “선거법 위반 수사와 퀴어축제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며 “자신에 대한 경찰 내부의 비판과 선거법 위반 수사 등을 두고 알력싸움을 하는 것으로 밖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퀴어문화축제를 두고 주최 측과 지자체가 송사로 몸살을 앓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2009년 서울 다음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열렸지만, 음란성 홍보물 배포 등 청소년 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반대 측의 맞불 집회도 커지면서 매해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8년 인천퀴어축제에 참가한 성소수자들은 당시 반동성애를 주장하며 폭언을 했다는 이유로 반대단체를 고발했고, 서울광장에 서울퀴어문화축제를 허가했다는 이유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공연음란죄로 고발당하는 등 매년 퀴어문화축제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퀴어축제를 주관하는 시민단체는 이런 지자체와의 갈등 이면에는 여전히 성 소수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차별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번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파워풀대구페스티벌의 경우에도 도로 위에서 부스를 설치해 행사를 진행했다”며 “그럼에도 우리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대해서만 문제로 삼는 것은 여전히 성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구시청이 하면 ‘차 없는 도로’가 된다. 거기서 각종 음식과 술까지도 판매한다”며 “이는 명백한 차별행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