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아이스 음료로 무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많은 여름에 더 많이 발생하는 쓰레기가 있다. 바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다. 음료와 얼음이 반쯤 남은 채 쓰레기통 주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일회용컵은 여름철 길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카페 등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이 연 28억개에 이른다. 10분 남짓 사용하고 버려진 일회용컵은 완전히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리고, 바다로 흘러들어 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부메랑처럼 우리 식탁으로 돌아온다. 무엇보다도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량 발생하는 탄소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해 기후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짧은 편리함 뒤에 긴 고통과 책임이 뒤따르는 만큼 미래 세대와 지구의 생존을 위해 플라스틱 줄이기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시민의 삶과 가까이에서 일선 행정을 담당하는 지방정부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차원에서 2021년부터 ‘제로웨이스트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다회용기를 쓰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서울시 제로웨이스트 정책의 핵심이다. 카페나 배달음식점, 대학 등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대여와 세척 서비스 등 관련 산업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제로카페’는 시민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2021년 11월 시청 근처 14개 매장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해 올해에는 시 전역 83개로 늘어났고 컵 회수율도 초기 65%에서 82%로 증가했다. 올해는 경기장,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과 기업 사옥으로 제로카페를 확대하고, 영화관, 야구장과 같이 한정된 공간에서는 별도의 보증금 없이 다회용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매월 10일을 ‘1회용품 없는 날’로 지정해 개인 컵을 가지고 오면 무료로 음료를 나눠 주는 ‘텀블러데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고, 하나의 텀블러를 오랜 기간 재사용해 플라스틱 소비량을 줄이자는 취지이다. 지난달에는 환경의 달을 기념해 농협중앙회, 세종고등학교, 서초구 숲속도서관 등에서 총 9회의 ‘텀블러데이’ 행사를 열어 8200여개의 일회용컵 사용을 줄였다.
배달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아 제공하는 ‘제로식당’ 또한 시민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는 서비스 지역을 동작, 송파, 성동, 마포, 용산구로 확대해 총 10개 자치구 950여개 매장에서 다회용기를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서울재즈페스티벌,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등에서도 다회용기를 사용해 ‘1회용품 없는 축제’ 만들기에 나서고 있으며, 이달부터는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 100% 다회용기를 도입해 전국 최초로 ‘1회용품 없는 장례식장’을 조성했다.
앞으로도 서울시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숨 쉬듯 자연스러워지도록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에 더욱 힘써 나가겠다. 서울시의 노력에 더해 세계적으로 다회용기 사용을 의무화하고 플라스틱 포장세를 도입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생산자 재활용 책임 확대와 더불어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논의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