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세계와우리] 나토와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

나토, 韓 AP4 자격 2년째 초청
中·러 연대 견제… 정체성 변화
인태국가 협력 꾀하며 세력 확장
한국, 교량 역할 땐 빛 발할 것

지난 11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2023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규 회원국 가입, 러시아·중국 간의 ‘무제한(no-limits)’ 파트너십에 대한 대응과 함께 인도태평양(인태) 파트너와의 협력이 핵심 의제로 다루어졌다. 개최국인 리투아니아 정부는 때맞춰 자체 인태 전략도 승인하였다.

2022년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12년 만에 채택한 신전략개념에서 러시아를 위협 세력으로, 중국을 체제적 도전으로 새롭게 규정하면서 나토의 정체성 변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부터 글로벌 나토로의 확장은 이미 시작되었다. 여기에 유보적이었던 프랑스, 독일까지 합세하여 글로벌 나토가 최근에 급물살을 타게 된 계기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부상, 그리고 러시아·중국 간의 연대와 세력화이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4개국(AP4: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개념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나토 정상회의에 이어 올해까지 연속으로 AP4 자격으로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았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센터장

실제로 나토의 존재감은 아시아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프랑스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나토가 아시아 사무국을 일본에 두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중국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 아시아로의 어떠한 팽창에 대해서도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러시아 역시 나토의 팽창이 세계 안보에서 가장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하였다.

나토와의 연대는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크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 보고 협력 방향과 범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나토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유사시 나토가 인태 지역에 개입할 만한 물리적 자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에 앞서 그럴 만한 의도가 있는지부터 먼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회원국 간 의견의 차이를 좁히는 것도 쉽지 않다. 이번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 과정을 봐도 그렇다. 따라서 나토와 협력을 하되 속도 조절과 실리적 내용 채우기가 우리의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한국과 나토 간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으로 전환하였다. 이는 2012년에 맺은 기존의 포괄적 파트너십을 11년 만에 대테러, 사이버안보 등 11개 분야에 걸쳐 개별 맞춤형으로 격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1개 협력 분야는 다양한 안보 관련 대화와 협의, 대테러 협력, 군축·비확산, 신흥기술, 사이버방위, 역량개발 및 상호운용성, 상호운용성을 위한 실질협력, 과학기술, 기후변화와 안보, 여성평화안보, 공공외교 등이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 동맹국과의 정보 공유 강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그 외 인태 지역의 사이버안보 선도국으로서 한국의 국제 사이버 훈련센터와 나토 사이버방위협력센터(CCDCOE) 간의 긴밀한 협력 방안도 논의하였다. 나토라는 협력의 플랫폼을 “자유와 연대의 협력 외교를 전개하면서 국익 우선의 실용 외교를 추구”하는 우리 외교안보 전략을 실천하는 장으로 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AP4 외에 인태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1년 전 나토가 신 전략개념에서 밝힌 ‘대화와 협력’이상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는 일부 지역 국가들 입장에서는 나토가 본격적인 군사력의 투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인태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나토는 그렇다면 무엇을 할지가 고민이다. 나토가 인태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이 지역 국가들과의 교량 역할을 담당한다면 글로벌 중추국가 한국 외교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