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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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최대 80㎜’ 본격 장마 시작… 정전·침수·낙뢰 등 피해 잇따라

특보 확대, 위기경보 최고 수준 ‘심각’으로

전남 화순 산간도로엔 토사 붕괴
충북 진천 등 곳곳 빗길 교통사고
부산 실종 여성도 아직 발견 못해
15일 중부지방 최대 250㎜ 내려
서울 시내 27개 하천 출입 통제
尹 “총력 대응체계 가동해달라”

13일 폭우성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전국에서 사고가 잇따랐다. 서울 도봉구 아파트와 공항철도는 전기가 끊기는 등 곳곳에서 침수와 빗길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날부터 ‘진짜 장마’가 시작된 가운데 15일까지 많은 비가 예상되면서 추가 피해 우려도 짙다. 그동안 폭우로 지반이 약화된 것도 걱정을 키우게 한다.

 

행정안전부는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호우특보가 확대·강화되자 오후 8시 30분을 기해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3단계로 상향했다. 중대본은 지방자치단체 등 각 기관에 최고단계의 비상근무를 실시하고, 피해 발생 지역은 신속한 응급복구를 위해 군을 포함한 자원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물에 잠긴 한강공원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호우특보가 발효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세빛섬 일대 한강공원이 불어난 한강물로 침수돼 있다. 뉴시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서울 도봉구에서는 2123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오후 2시10분쯤 강풍에 쓰러진 가로수가 전신주를 덮쳐 함께 넘어지면서 인근 아파트의 전기가 끊겼다. 정전 피해를 입은 아파트 3곳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바람에 주민 4명이 각각 5∼10분간 갇히기도 했다.

 

오전 10시 36분에는 공항철도 인천 계양역에서 서울역 방향 구간에 단전이 발생해 열차 5대의 운행이 5분가량 중단됐다.

 

공항철도는 낙뢰로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전날 오후 6시 20분쯤에는 가스공급 배관으로 빗물이 들어가 광주 서구 풍암동의 아파트단지 614세대에 도시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13일 서울 구로구 도림천으로 인근 빗물펌프장의 물들이 유입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화순군 이양면 산간 도로에는 오전 12시19분 경사면에서 토사가 쏟아져 내렸다. 이 사고로 1t 트럭을 운전하던 50대 남성이 팔목을 다쳤다. 전북 진안군 정천면의 한 도로에도 돌과 토사가 흘러내렸다. 인천 중구 덕교동 삼거리 도로, 남동구 남촌동 도로와 계양구 작전동 지하차도에는 빗물이 차올랐다.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빈 주택과 오피스텔의 담벼락이 무너졌다. 아파트 배수구가 역류하거나 화장실이 침수됐다는 신고도 인천소방본부에 접수됐다.

 

빗길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10시 7분 충북 진천군 진천읍 내리막길에서 시내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져 마주 오던 코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버스 운전자와 승객 5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후 12시 5분 충북 진천군 초평면 중부고속도로 하남 방향 편도 2차선 도로에선 1t 트럭이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췄다. 이어 뒤따라오던 트레일러가 1t 트럭에 부딪쳤고, 앞차의 사고를 보고 SUV가 멈춰섰으나 뒤따라오던 11t 트럭이 SUV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1t 트럭 운전자, SUV 운전자와 동승자가 다쳤다.

 

지난 11일 부산 사상구 학장천 주변에서 실종된 68세 여성은 사흘째 발견되지 않았다. 이 여성은 학장천에 운동을 하러 나왔다가 갑작스러운 폭우로 물이 불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에서는 11일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아파트 단지 내 보행로, 커뮤니티 시설 등이 침수됐다. 이 아파트 단지에선 불과 1개월 전에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13일 비가 쏟아지는 서울 여의대로 횡단보도 위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부터 최근까지 장마가 ‘도깨비 장마‘로 불렸다면, 이날부터는 장시간 많은 비가 내리는 진짜 장마가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은 이날부터 15일까지 충남과 전북에 최대 400㎜ 이상, 경기남부·강원남부내륙·강원산지·충북·경북북부내륙에는 최대 300㎜ 이상, 전남에는 최대 2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중부지방(강원동해안 제외)과 전북, 경북북부내륙의 전반적인 강수량은 100~250㎜, 강원동해안과 전남, 영남(북부내륙 제외) 강수량은 50~15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남부와 강원남부내륙·산지에는 14일 밤부터 15일 오전 사이에 다시 한 번 강한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정체전선은 20일쯤까지 우리나라에 비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예보에 따르면 16~17일엔 전국, 18일엔 중부지방, 19일엔 충청과 남부지방, 20일엔 전남·경남·제주에 비가 내릴 전망이다.

발목까지 차오른 빗물 장마가 이어지면서 폭우가 내린 13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내린 승객이 빗물이 차오른 도로에서 급히 움직이고 있다. 이날 강남역 인근 배수구는 폭우가 쏟아지자 물이 차오르며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수일째 강한 비가 내리자 폴란드를 공식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총리가 중심이 돼서 행안부, 산림청, 소방청,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해 무엇보다 인명 피해가 없도록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소방청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하고 대비에 나섰다. 통제단은 기상특보 발표 전이라도 지역별 강수 상황을 고려해 인명피해 우려 지역의 예방 순찰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신고 폭주에 대비해 119 종합상황실 신고접수대도 확대 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신림 반지하 참사’ 등 폭우로 곤욕을 치른 서울시는 이날 오전부터 시내 27개 하천의 출입을 전부 통제했다.


구윤모·윤준호·이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