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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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토사에 일가족 4명 매몰… 전국서 비피해 속출

논산 납골당 붕괴로 2명 심정지
이틀간 폭우 정전·산사태 잇따라
산사태 위기 경보 ‘심각’ 발령
주말 천둥·번개 동반 요란한 비

전국에 200㎜ 넘는 장맛비가 이틀째 쏟아지면서 토사가 흘러내려 가족 4명이 매몰되고 이 중 2명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되는 사고가 났다. 정전과 주택·도로 침수 피해도 속출했다. 오랜 장마로 안전사고 위험이 커진 가운데 주말에도 전국 곳곳에 시간당 30~80㎜의 강한 비가 예보돼 우려를 더한다.

 

14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2분 충남 논산시립납골당을 방문한 가족 4명이 무너져 내린 토사에 매몰됐다. 70대 아내와 80대 남편은 1시간30여분 만에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부부의 조카로 알려진 50대 여성과 부부의 손자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은 골절 등 부상을 입었다. 전날부터 이날 오후 9시까지 논산의 강수량은 326㎜다.

14일 호우 특보가 내려졌던 충남 논산시에서 토사가 붕괴하며 가족 등 4명이 매몰됐다. 사진은 매몰 현장 모습. 충남소방본부 제공

전북 군산시 나운동 한 연립주택 인근에서도 이날 오후 5시30분쯤 토사가 흘러내려 8가구가 대피했다. 이날 군산에는 오후 6시까지 364.8㎜의 비가 내렸다. 이는 관측을 시작한 1968년 1월 1일 이후 하루 강수량으로는 최고치다. 충남 부여 내산면에서도 이날 오전 4시59분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민가 1채를 덮쳤다. 산림청은 서울, 대전, 강원, 충북, 전남·북, 경북 등에 산사태 위기 경보 최고 수준인 ‘심각’을 발령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내일까지 중부권을 중심으로 산사태와 홍수에 의한 피해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급경사지나 노후 건축물 등 위험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미리 과할 정도로 대피시킬 것을 관계기관에 당부했다.

 

충남 아산시 둔포면 한 저수지에서는 이날 오후 5시 34분 70대 낚시객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다. 그는 저수지 인근에서 낚시하던 중 물살에 휩쓸리면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지난밤 폭우로 축대가 무너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도로가 통제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전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0시1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정전이 발생해 인근 2000가구가 불편을 겪었고, 인천시 서구 마전동 아파트단지에 오전 4시30분쯤 전력이 끊겨 1000여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전날 오후 8시17분 충남 서산시 동문동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져 전주를 덮치면서 일대 단독·다가구주택 41가구에 전력이 끊겼다.

 

충북 영동군 영동읍 국도에서는 이날 오후 6시 20분 빗길을 달리던 렉스턴 차량이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30대 운전자가 숨지고 동승한 60대 남녀가 중상을 입었다.

 

오랜 폭우로 지반이 약해져 토사 유출도 잇따랐다. 서울에서는 전날 오후 9시45분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도로 축대가 무너져 토사가 유출됐다. 이 사고로 인근 20가구 46명이 밤중에 긴급대피했다. 강원 인제군 상남면에서는 14일 오전 7시21분 토사가 유출돼 주택 1채가 일부 파손됐다. 강원 정선군 정선읍 군도 3호선 세대 피암터널 구간 사면에서는 전날 오후 6시37분 네 번째 산사태가 발생해 6000여t의 암석이 쏟아졌다.

 

전북 부안군 보안면과 고창군 고창읍 등에선 주택이 물에 잠겼다.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과 고양 일산서구에서는 다세대주택 반지하와 상가 지하 등 지하층 침수 4건이 발생했다. 충남 계룡과 논산, 보령, 아산 등지에서도 주택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중대본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대전 원촌교·만년교, 경북 문경시 김용리, 충북 괴산군 목도교, 전북 완주시 삼례교, 충남 논산시 논산대교 등 6곳에 홍수경보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리는 호우대처 상황 점검회의에 앞서 관계자들이 폭우에 따른 기상레이더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주말에도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전국에 예보됐다. 기상청은 오는 16일까지 대부분 지역에 시간당 30~8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린다고 관측했다. 충청과 전북 일부는 시간당 강수량이 50~100㎜에 달할 전망이다.

 

정체전선이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폭이 좁은 형태라, 전선이 위치하는 곳에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지역 간 강수량 차가 크겠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는 16일까지 충남과 전북에서 강수량이 많은 곳은 40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은아·김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