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우려가 현실로” 밤샘 물 폭탄에…경북 사망자만 13명

장맛비로 지반 약해져 동시다발 산사태
기상청 “100~200㎜ 비 더 내려”

밤새 경북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로 13명이 숨졌다. 올해 장맛비로 발생한 가장 큰 인명피해다. 경북 북부는 장맛비에 토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퍼부어 산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산사태로 토사가 주택을 덮치면서 변을 당했다. 

 

15일 경북도와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폭우에 따른 지역별 사망자는 예천 6명, 영주 4명, 봉화 2명, 문경 1명이다. 10명은 실종됐고 2명은 다쳐 치료받고 있다.

 

15일 예천군 상리면의 마을이 폭우에 따른 산사태로 토사에 매몰된 모습. 경북소방본부 제공

이날 예천군 상리면 백석리에서 산사태가 나 5채의 집이 쓸려나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현장을 수색해 3명이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오전 9시쯤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에 매몰된 2명을 차례로 찾았다. 하지만 이들 모두 사망했다.

 

오전 7시27분쯤에는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서 산사태가 나 주택이 매몰됐다. 2명은 사망했고 1명은 구조됐다. 오전 6시20분쯤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에서도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2명이 갇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명은 숨졌고 1명은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경시 동로면에서는 하천이 범람하면서 8명이 구조됐으나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밖에도 예천과 문경 등 경북북부지역 주민 일부가 연락이 닿지 않아 실종 상태다.

 

소방 당국은 현재 사망자들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 중이다.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146대, 인력 409명을 투입해 인명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15일 문경시 산북면의 주택이 토사로 매몰된 모습.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북부는 하루가 멀다고 내린 장맛비에 토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집중 호우가 내리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산사태가 발생했다. 주택 매몰 현장에서는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폭우로 밤사이 문경과 영주, 봉화, 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 7개 시군에서 367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정전과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서 9526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구미와 김천, 상주, 문경, 예천, 안동, 영주, 의성, 영양, 봉화 10개 지역에는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호우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80㎜ 이상 예상할 때 발령한다.

 

누적 강우량은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지역별로 영주 262.4㎜, 봉화 253.3㎜, 문경 252.5㎜, 예천 210.7㎜ 이다. 지점별로는 상주 화북 351.0㎜, 문경 344.0㎜, 봉화 물야 330.5㎜를 기록했다.

 

15일 예천군 은풍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이 붕괴됐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산림청은 지난 13일 오후 10시30분을 기준으로 경북의 산사태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려 유지 중이다. 기상청은 16일까지 경북 북부 내륙과 북동 산지를 중심으로 100~2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장마는 짧은 시간 많은 비가 쏟아지는 특징을 보인다”면서 “산사태와 침수 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