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의 삶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이사 때문에 집을 구하러 다닐 때 ‘진짜 집값이 오른 걸 뼈아프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왜들 힘들어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겠구나’란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이달로 민선 8기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수희 서울 강동구청장은 지난 5일 세계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1년 간 “쉼없이 달려온 것 같다”는 이 구청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교통 현안을 해결하려)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러 가고, 서울교통공사나 서울시에도 자주 찾아간 일들”을 꼽았다. 그는 “구청장으로 재임할 수 있었던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남은 임기인) 앞으로 3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구청장은 경제·교통·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 강동을 ‘동부 수도권의 중심’으로 도약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가장 힘을 쏟는 분야는 교통이다. 서울 동쪽 끝에 위치한 강동은 교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치구다. 재개발·재건축이 꾸준히 진행 중이라 서울에서도 몇 안 되는 인구 증가 지역인데다, 인근에 있는 경기 구리시·하남시 등의 출퇴근 인원이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이 구청장은 “‘교통 복지’라는 말도 쓰이지만, 저는 ‘교통 민생’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것 같다”며 “그만큼 교통은 주민의 삶에 필수적인 것이고, 삶의 질과도 연관이 높다”고 역설했다.
이 구청장 취임 후 구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D 노선의 강동 경유, 서울지하철 5호선 직결화 사업, 서울지하철 9호선 4단계 구간의 조속한 완공 등에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이 구청장은 특히 “지금도 지하철은 경기에서 우리 구로 들어올 때 이미 만차인데, 대규모 재건축·재개발과 업무단지 조성으로 2025년 이후 인구가 5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GTX-D의 강동 경유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존 강남·서초·송파구와 함께 강동을 ‘강남 4구’라고 하지만, 결국은 교통 인프라 개선으로 강남 접근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수희표 역점사업’은 고덕수변생태공원 옆 ‘스카이워크’ 조성이나 암사초록길 사업 등 한강변 개발사업이다. 이 구청장은 “그동안 인근 잠실이나 강 건너 광진구 쪽에 비해 우리 구의 한강변은 개발이나 정돈이 너무 안 돼 있다는 구민들의 불만이 컸다”며 “한강 위를 걷는 듯한 스카이워크, 야간 조명이 어우러진 고덕대교(아직 다리 이름은 미확정), 수변 감성의 고덕천, 암사동 유적과 이어지는 암사초록길 등 다양한 한강변 공간이 한강의 석양과 어우러져 구민들에겐 휴식처가 되고, 환경도 보존하는 서울의 새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강동은 최근 2년 연속 서울 자치구 중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한 구다. 불과 5년 전엔 하위권이었으나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고, 다양한 출산·육아지원정책을 편 결과 눈에 띄는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다.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인구의 날’ 기념행사에선 임신·출산·양육지원 유공기관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상황에서) 모순되는 점 중 하나는 영아가 많은 지방자치단체일수록 재정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편인데, 출산율이 높아지면 오히려 재량사업권이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이 구청장은 구 내부적으로도 그간 다소 방만하게 운영돼온 재정을 정리하고,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는 인사 기조에 대해선 “직원들에게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 구청장은 “집무실에 앉아 있을 때는 모든 것이 별 문제 없이 돌아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현장에 나가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는 점을 절감한다”고 부연했다.
역대 첫 여성 강동구청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선거운동을 할 때 주민 한 분이 6∼7살 정도 돼보이는 딸에게 ‘잘 봐, 너도 저렇게 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장면을 보고선 ‘내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구나’란 생각에 뿌듯했다”고 털어놨다. 법조인(변호사)이자 정치인 출신인 이 구청장은 “정치를 허업(虛業)이라고 하는데, 행정은 실업(實業)”이라며 “지자체장은 직원·주민들과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는 보람이 굉장히 크다”고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