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돌주먹’ 女의사, 프로복싱 韓챔프 됐다

서려경 순천향대 천안병원 교수

전공의 스트레스 풀려 복싱 시작
통산 전적 6승1무… KO승 4번
“강한 의사, 누군가에 원동력되길
1∼2년 내 세계 챔프 도전할 것”

“의사로서 혹은 복서로서의 이런 모습이 누군가에게 원동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 서려경(31) 교수는 17일 “생명을 다루는 직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강한 체력을 길러 꿈을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 교수는 앞서 지난 14일 ‘KBM 3대 한국타이틀매치’에 출전해 상대 선수를 8라운드 38초 만에 TKO로 꺾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왔다. 2010년 순천향대 의대에 진학해 2016년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가 됐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인턴을 하고 소아과를 선택해 전공의 3년차인 2019년에 복싱을 시작했다. 동료 의사가 운동을 좋아하는 성향에 근력이 좋아 복싱과 맞아 보인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많은 전공의 생활인데 샌드백을 치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말도 솔깃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서려경 교수가 14일 서울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린 ‘KBM 3대 한국타이틀매치’에서 프로복싱 KBM 여자 라이트플라이급 한국챔피언에 등극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제공

실제로 복싱이 자신과 잘 맞았다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운동을 한창 하다 보면 몸이 말 그대로 깃털처럼 가볍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격하게 운동을 하고 나면 잠이 잘 들어 수면의 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복싱이 자신의 의사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새 챔프는 복싱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 된 2020년 1월 데뷔전을 치른 후 한국챔피언전 경기까지 통산 전적 7전6승1무를 기록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6승 가운데 4승이 KO승이다.

서 교수는 “의사로서, 복서로서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의사는 나약할 것 같다는 일반적 인식을 불식시키려고 좀 더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당분간은 의사 업무에 집중하면서 한국챔피언에 머물지 않고 추후 1∼2년 안에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