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cm가량 물이 차면 자동으로 차단됩니다.”
16일 광주 광산구 신덕 지하차도를 찾은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자동차단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수차례 점검을 했다. 이 지하차도는 3년 전인 2020년 8월 집중호우로 침수돼 위험관리시설로 지정된 곳이다. 이날 지하차도 인근의 황룡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또다시 침수피해가 우려됐다. 대책본부는 이날 자동차단시설에 문제가 있을 경우 수동으로 작동할 수 있는 통제인력까지 배치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센서 모니터링과 폐쇄회로(CC)TV 모니터링 시스템 등 원격 중앙관제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이 같은 시설을 통해 침수위험에 실시간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충북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 피해를 계기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지하차도와 산사태 위험 지역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충청권과 경북 지역을 강타한 폭우로 이어진 대형참사에 행정당국의 무사안일 대응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지자체의 움직임에 영향을 끼쳤다. 침수와 산사태 위험이 있는 지역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등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와 같은 재발 방지를 위해 하천 주변 산책로와 둔치 주차장 53곳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침수피해 예방차원에서 우수받이 2만5141곳을 청소해 빗물 배출을 원활히 하고 배수펌프장 7곳도 일시에 가동하고 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호우피해 우려 지역에 대한 신속 재점검을 지시했다. 박 도지사는 피해우려지역 사전 통제와 대피 준비, 피해 발생 시 신속한 구조와 비상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 유지와 유관기관 간의 긴밀한 협업 태세를 강조했다.
산사태와 납골당 붕괴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남도는 위험지역 주민들의 대피에 경찰을 동원하는 등 강제성을 부여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지하차도와 관련해 이상징후가 보이거나 신고가 접수되면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김 지사는 “안전을 위해 위험지역 거주 주민들에게 대피를 적극 설득하고, 불응하면 경찰 협조를 얻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하공간에서 발생하는 참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안전대책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20년 7월 부산 초량1지하차도가 침수돼 3명이 숨진 사고 이후 행정안전부가 집중호우 관련 자동차단시설 구축, 원격차단 등 대책을 쏟아냈지만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 앞에선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낸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은 “그동안 편의성에 치중해 지하공간을 개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전 대비가 이를 뒤쫓아가지 못하면서 이 같은 지하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침수도 문제이지만 지하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로 인해 더 큰 참사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된 폭우로 국비 370억원을 들여 지은 광주송정역 주차빌딩이 문을 연 지 한 달여 만에 빗물이 새고 바닥에 균열이 생겨 부실공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코레일 등에 따르면 광주송정역 주차빌딩은 370억원을 투입해 2년여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 5월 31일 문을 열었다. 주차빌딩은 옥상층을 포함해 지상 7층 규모로 최대 1580대의 주차가 가능하다.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폭우 때마다 주차장 1층과 2층, 6층이 침수돼 주차와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옥상인 7층에서부터 우수관을 타고 내려온 빗물이 제때 배수되지 않고 역류해 1층과 2층, 6층으로 흘러넘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