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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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장관 “치수정책 전반 쇄신… 감사 결과 나오면 세종보 정상화 준비” [세계초대석]

한화진 환경부 장관

전 정부 洑 해체 결정, 성급하고 비과학적
4대강 감사 곧 결과… 문제부분 조치할 것
洑는 洑답게… 녹조·홍수 대응, 물관리 최선

日 오염수 환경영향 미미… 국민 불안도 사실
국내 담수에 미치는 영향 모니터링 강화

전임 정부 5년간 끈 사드기지 환경평가
정권교체 1년 만에 마무리는 ‘의지’ 문제

취임 후 규제 ‘대못’ 229건 발굴·132건 개선
하반기 화학물질 관리 개선 등 전방위 혁신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 당시 한국환경연구원에서 20년 넘게 환경정책을 연구해온 여성 과학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역대 환경부 장관은 대부분 정치인이나 관료, 환경운동가가 차지했다. 과학자 출신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러다 보니 환경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기조대로 쉽게 흔들렸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센터에서 가진 한 장관과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들린 단어는 ‘과학’이었다. 환경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과학적 검증이 주요한 근거가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과학적인 4대강 보 활용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한 장관과 대면 인터뷰 이후 전국 폭우 피해가 발생, 이와 관련한 추가 질문은 별도의 서면질의로 대체했다.

 

다음은 한 장관과 일문일답.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예천 산사태 등 이번 극한호우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다.

 

“먼저 이번 홍수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정부는 소관 부처를 가리지 않고 현재 사고 수습과 피해 복구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해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반적인 치수 정책을 쇄신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집중호우에 피해가 컸던 지류·지천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정비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겠다.”

 

―전 정부 4대강 보 해체는 과학에 기본을 둔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향후 4대강 보 운영 계획은.

 

“보는 보답게 쓰고 과학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보 해체는 없다는 뜻이다. 지난 정부는 보 해체를 결정하는 과정이 성급했고 비과학적이었다. 보 처리방안을 마련할 때 2016년 법정지표에서 제외된 화학적산소요구량(COD)으로 수질 개선 여부를 평가했다.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총유기탄소량(TOC) 등 법정지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수질 지표로 종합적인 분석을 했어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라 생각한다. 1년이란 짧은 시기의 개방데이터를 활용해 3∼4개월만의 평가로 성급하게 보 처리방안을 마련했다. 앞으로는 가뭄이 예상되면 보 수위를 높이고 녹조가 우려될 때 수위를 낮추는 등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다.”

 

―4대강 보 철거 관련 공익감사 결과가 곧 발표된다. 감사 결과가 이후 4대강 보 운영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개방’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보 해체 결정 과정의 절차, 방법 등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결정 과정에 있는 보 해체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감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난 부분들은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조속한 시일 내에 재심의를 요청할 것이다. 또한 세종보를 포함해 보 기능 회복, 시설물 정비, 물 공급시설 확충 등의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금강 세종보부터 복원된다는 말이 나온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 중 15개 보는 작동되고 있다. 세종보는 현재 수문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2018년 1월 완전개방된 이후 가동보에 토사와 잡석 등이 유입돼 수문 가동이 안 되고 있다. 시설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뿐 아니라 기름 유출에 따른 환경 오염도 우려된다. 지난 6월 세종시는 환경부에 세종보의 탄력 운영과 정상화를 위한 시설 정비 등을 건의했다. 환경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세종보 정상 운영을 위한 사전 준비에 속도를 낼 것이다. 현재 토사 퇴적현황, 유압설비 등 조사를 시행하는 중이며 홍수기 이후 정밀점검, 시설물 정비 등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과학적으로 영향이 미미하다고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도 크다.

 

“국무위원이기 전에 과학자로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지난 4일 IAEA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 안전성에 대한 종합보고서에서 처리 수 방류가 이웃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 발표했다. 방류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한국과 같은 먼바다에선 탐지도 안 될 정도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 예측됐다. 그런데도 국민의 불안감은 당연할 수 있기에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확대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2014년부터 인공방사성 물질 등의 하천·호소 유입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측정망을 운영 중이다. 해양수산부의 해양환경 영향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국내 담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질질 끌던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지난달 마무리됐다.

 

“전 정부에서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1·2단계로 나눠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2017년 7월이다. 1단계 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같은 해 9월 완료됐지만 2단계 본 평가는 진행조차 되지 않았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 지난해 8월 주민대표를 선정해 환경영향평가협의회가 구성됐다. 이처럼 지난 6월 빠르게 평가가 마무리된 점을 볼 때, 전 정부에서 사드 기지 정상화 의지가 있었다면 더 빠르게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가 진행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산업 부분 목표치가 14.5%에서 11.4%로 내려갔다. 산업계 요구가 반영됐나.

 

“이번 기본계획은 수립 과정에서 실현 가능성을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했다. 산업부문 감축 목표도 합리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지난 정부에선 산업계의 의견을 별로 듣지 않았다. 과학기술에 의한 감축 수단 등을 상세하게 검토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번 정부에선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감축 수단을 토대로 산업계의 준비여건, 기술개발 상용화 시기 등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목표로 재설계했다. 주요 감축 방안으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저탄소 에너지 전환,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 중심의 수송체계 전환,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사회 각 분야의 이권 카르텔 종식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단체·운동권 카르텔 이야기가 나온다.

 

“태양광 비리와 같이 여전히 우리나라 곳곳에 이권 카르텔이 상존하고 있다. 기존의 관행과 이권 카르텔을 과감히 깨고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초해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최근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에서 보조금 지원 시 가짜뉴스, 괴담 유포 경력을 고려할 사항 중 하나로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며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괴담이 퍼져 나가지 않도록 대응할 것이다.”

―환경 분야 규제개혁 또한 강하게 추진되고 있는데.

 

“새 정부 첫 환경부 장관으로서 의지를 갖고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과제 중 하나가 환경규제 혁신이다. 브랜드로 이어져 온 것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했으며 현재까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하는 총 229건의 규제를 발굴하고 132건을 개선했다. 현재 추진 중인 규제개혁에는 대표적으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 이후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있어 유럽의 강한 규제를 그대로 들여 왔다. 이 때문에 기업에서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 규제라는 게 기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잘 작동하지 못하면 효과가 없다. 오히려 부작용을 만든다. 환경규제 혁신을 주제로 전략 회의를 했는데 기업에서 요청한 대표적 사안이 화학물질과 관련된 규제 해소다. 법 개정 사항인데 민간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빨리 개선하려 하고 있다. 덩어리 규제 중 환경영향평가 관련해서도 개선 요구가 많다. 이 부분도 법 개정이 필요하기에 하나하나 개선 작업 중이다.”

 

―환경부 장관 1년의 소회가 있다면.

 

“지난 1년간 현장에서 다양한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며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다. 환경이라고 하는 게 이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야 하는 게 많았다. 말, 구호, 숫자로 보여주는 환경정책이 아니라, 국민이 공감하고, 민간의 창의적 혁신을 유도하며, 환경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견인할 수 있는 환경정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환경정책은 우리 과학 기술의 발전과 경제 발전 속도에 맞춰 빠르게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선진국들과 비교해봐도 환경정책에서 우리나라가 앞서가는 분야가 많다. 대표적으로 물 산업이나 재활용·폐기물 정책 등 순환경제는 다른 나라에서 많이 배우려고 한다. 국제사회 논의를 선도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고도화·선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후위기 대응이 절실한 미래세대와 소통, 환경정책의 혜택이 닿지 않는 지역과 환경에 더 민감한 계층을 아우르는 따뜻한 정책을 펼치고 싶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959년 대전 출생 ●서울 송파구 창덕여고 ●고려대 화학과 학사·고려대 이과대학원 물리화학 석사(1983)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화학 박사(1988)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정책연구본부장(1993∼2008) ●대통령실 환경비서관(2009∼2010)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원장(2010∼2014) ●국무조정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2014∼2018)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기획평가위원회 위원(2017∼2021)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2020∼2021) ●제20대 환경부 장관(2022.5∼) ●저서·번역 ‘환경화학’(1994) ‘대기환경론’(2005) ‘뜨거운 커피 뜨거운 대기’(2013) ‘도시와 환경’(2015·공저)


대담=이우승 사회부장, 정리=이정우·이민경 기자